일교차: 한 사람의 여러 얼굴

따뜻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한결같지 않음

by Hsun


일교차란 기온, 습도, 기압 따위가 하루 동안 변하는 차이를 말한다.

맑게 갠 날은 흐리거나 비 오는 날보다 일교차가 크고, 내륙은 바다보다 일교차가 더 크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 아침과 밤은 서늘하지만 낮에는 여전히 뜨겁다.

짧은 하루에도 두 계절이 공존하는 셈이다.



출근길 아침 공기는 시원하다.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에 스치면 가을이 이미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점심 무렵, 도심 한복판은 여전히 뜨겁다. 시멘트 바닥 위에 눌린 햇볕이 피부를 지지고, 숨은 조금 가빠진다. 퇴근길에 다시 서늘한 바람이 불면, 낮의 열기는 언제 있었냐는 듯 금세 사라진다. 하루만 놓고 보아도 온도는 여러 번 변한다. 그 변화에 맞춰 우리의 몸도, 마음도 다른 리듬을 택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때로는 다정하다가도 차갑고,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뜻밖에 날카롭다. 일정한 온도만 유지하는 사람은 없다. 그 불안정함이야말로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가 그랬다. 차갑고 냉정한 미국 군인으로 등장한 그는 조국과 사랑 앞에서 서서히 흔들리고 달라졌다. 외면은 서늘했으나 내면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두 나라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두 감정 사이에서 방황한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교차했기에 유진 초이는 더 입체적인 인물로 오래 남았다.


입체적인 사람은 매력이 있다. 따뜻한 순간과 냉정한 순간이 교차하며 그 모습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결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우리는 진짜의 생생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은 가까이 있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가가게 했다가도 갑자기 거리를 두게 만들고, 따뜻함으로 안심시켰다가도 날카로운 차가움으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일교차가 하루를 풍요롭게도 하지만, 결국 우리를 감기에 걸리게 하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어느 날 아침에는 괜찮다고 웃다가도, 저녁에는 눈물이 난다. 어떤 날은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금세 달아오르지만, 또 어떤 날은 모든 것이 무심해진다. 일관되게 한 가지 표정만 유지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두고, 나는 종종 쉽게 흔들린다고 느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인간적인 온도의 차이일지 모른다. 하루의 일교차처럼 감정의 일교차가 내 삶을 이루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사람의 따뜻한 면만 기억하고 싶었지만, 어느 날은 서늘한 얼굴에 부딪혀 당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됐다. 그 차가움이 있었기에 그의 따뜻함이 더 깊이 느껴진다는 것을. 한결같지 못한 것이 아니라, 여러 얼굴이 모여 그 한 사람을 이루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스스로는 일관되다고 믿지만, 상황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우리는 다른 얼굴을 내놓는다. 직장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 친구 앞에서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나. 그 차이가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입체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증거다.



일교차는 경계에서 만들어진다. 여름의 열기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고, 가을의 서늘함이 다가온다.

그 두 온도가 충돌하고 교차하며 차이를 만든다.


사람도 한 가지 감정이나 태도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기쁨과 슬픔, 따뜻함과 차가움이 서로 충돌하며 오늘의 나를 만든다.


한결같지 못해서가 아니라, 여러 얼굴이 모여서 한 사람을 만든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누군가의 차가운 면까지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침과 밤의 온도가 달라 하루의 다양한 풍경이 완성되듯, 따뜻함과 서늘함이 함께 있어 사람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마음은 조금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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