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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하다 Jun 30. 2021

그냥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콩나물하다>시즌2 -8화

오늘은 점심을 먹는 대신 근처의 둘레길을 산책하기로 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들은 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걸까. 혼돈 속에서는 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니 겪어낸 일들을 하나씩 조심스레 꺼내 볼 수 있게 됐다.


내리쬐는 햇빛과 습한 날씨에 숨이 차고, 배도 고프지만 그냥 묵묵히 걷는다. 그냥 이렇게 숨을 쉬고, 걷고, 거칠어지는 호흡을 느끼는 것이 얼마만인지 생각해 본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돌아간 사무실은 바깥의 공기와는 정반대다. 에어컨의 바람이 온몸에 맺힌 나의 걸음과 고민의 방울을 증발시켰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본다.


“콩나물~ 잘 먹어야 해. 이거라도 먹어~”


더운 날 점심을 거르고 산책길에 나서는 나의 모습이 고구마의 마음에 담겼나 보다. 어쩌면 가장 깊고 진실된 표현은 말이 아닌 몸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신경을 써주다니… 고구마가 가져다준 잔잔한 위로에 마음이 한결 포근해진다.


그냥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며, 다시 모니터를 바라본다.  





오디오 클립 링크 - 8화 그냥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글. 고권금, 허선혜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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