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하다>시즌2- 9화
소식지를 다루게 되면서 나는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전에 없던 관심을 쏟아내며 줄기차게 모니터링을 하기 시작했다. 이 번호에서는 다음 달에 있을 ‘채소권 선언일’에 관한 이슈를 모아 보기로 했다.
나는 집을 잃은 무우와 관련된 기사를 쓰기로 했다. 한 달 전쯤 무우들의 터전에 포클레인이 들어오더니 300평이나 되는 밭을 다 갈아엎어 순식간에 무우가 집을 잃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무우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포클레인과 함께 온 이들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와야 해서 어쩔 수 없다며 아랑곳없이 작업에 착수했다.
땅 속 깊숙이 자란 무우들은 어찌할 틈도 없이 무차별하게 포클레인에 의해 뽑혀 나갔고, 그대로 시멘트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기사에는 24일째 시멘트 바닥에서 시위하는 무우들의 시든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진 속 무우의 표정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보나 마나 새로운 건물을 세운다는 이들은 고추씨가 차고 넘쳐서 누군가 자신의 집을 함부로 무너뜨릴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소식지를 맡은 이후로 나는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내던 사건 사고들을 접하곤 한다. 대게는 안 좋은 상황들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는 만큼 쓰리고 아리다. 지켜내고 싶은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오디오 클립 링크 - 9화 무우의 시위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글. 고권금, 허선혜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