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하다> 시즌 1 - 6화
콩나물은 가끔 지리산으로 약수를 뜨러 가요.
평상시에는 아리수를 몸에 끼얹지만 가끔 무리해서라도 지리산에 올라 약수를 길러오곤 해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좋은 물 중 하나거든요.
약수로 샤워를 하면 괜히 좋은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약수를 기르며 이렇게 풍경을 내려다보는 걸 좋아해요.
마치 세상이 다 내 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콩나물은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풀내음에 취해 풍경을 감상해요.
“나는 빗물이 더 좋던데!”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주위를 둘러보니 저 먼 나무 아래 홀로 자라난 듯 보이는 콩이 있어요.
“빗물이 콩들에게는 제일 좋다고요.”
콩은 여유 있게 웃으며 콩나물을 바라봐요.
“저는, 콩나물인데요?”
왠지 부끄러워진 콩나물은 황급히 산을 내려가요. 별 이상한 콩 다 보는 것 같아요.
사실 콩나물은 빗물이 싫어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빗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서 살았거든요.
콩나물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에요. 그런데 콩한테는 빗물이 제일이라니.
콩나물은 속 터지는 소리 한다고 내내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요.
오디오 클립 링크 - 6화 지리산 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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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선혜, 고권금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