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리치(Colombia El Para

여전히 커피업계의 뜨거운 감자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리치(Colombia El Paraiso Lychee)

 '엘 파라이소 리치'는 2018년 이후 지금까지도 커피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이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엘 파라이소 이슈의 시작은 콜롬비아 카우카 지역의 엘 파라이소 농장에서 이중 무산소(double anaerobic) 가공방식으로 생산된 커피가 2018년 콜롬비아 CoE에서 10위를 차지했지만, 1위보다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며 시작되었습니다.

* CoE : Cup Of Excellence의 약자로 세계적인 국가별 커피 대회

 

 엘 파라이소 리치는 cupping을 처음 해본데다 미각도 둔한 편인 제가 단번에 알아챌 만큼 명확한 캐릭터를 갖고 있고, 그 때문에 꽤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로스터나 커피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바로 '가향 논란' 때문인데요. 저는 커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자료와 보고서를 찾아보았지만, 분량이 방대할뿐더러 핵심보고서의 논리적 근거 또한 일반화학 수준까지의 이해도를 요하는 내용이었기에 나름대로 아주 쉽게 요약해보았습니다.

1️⃣ 엘 파라이소 리치 원두의 캐릭터가 너무나 명확해 가향 논란이 일게 됨

2️⃣ 생두의 가공 방식은 아직 신기술의 영역이라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가향여부가 농장주의 도덕적 투명성에 의존한다는 한계점이 있음

3️⃣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가향 의혹을 제기 받았지만, 농장주 디에고사무엘은 일관적으로 이를 부정함

4️⃣ 한국의 어느 커피랩에서 엘파라이소 리치의 생두/원두 성분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분석 결과가 충분히 논리적이고 타당했지만, 의도적 가향이 아닌 외부 오염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결과이기에 단정하기 힘듦

5️⃣ 현재까지도 농장주 외에는 아무도 진실을 모름

 사실 이미 가향커피가 각종 커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도 하고, 스페셜티 커피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이 이슈의 핵심은 '가향' 그 자체가 아닌 '진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추적가능성이고, 이는 생두의 품질 뿐만 아니라 환경, 지속가능성, 투명성, 공정성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엘 파라이소 리치'의 눈이 번쩍 뜨이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컵노트에 적힌대로 느껴지지 않는 다른 스페셜티 커피보다는 노트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커피의 맛이 신선했고, 그것이 심지어 좋은 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이 커피를 시작으로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스페셜티 커피의 컵노트에 적힌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험을 해 본 분들이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엘 파라이소 리치 원두를 한 번 접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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