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두 번째 러닝화를 샀습니다

계속 달리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들

새 러닝화를 샀습니다. 저에게는 번째 러닝화입니다. 


두 번째 러닝화를 샀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고무적인 사건입니다. 첫 러닝화를 사던 날, 뭐랄까, 많이 지쳐 있었거든요. 몸은 무거웠고, 뭘 해도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운동'은 너무나도 요원한 세계였어요. 마치 초등학생이 스무 살 너머의 세상에 대해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에게도 '운동'이라는 세계는 남에게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헬스장에도 두 어번 등록했던 것 같고, 지역 체육센터에서 하는 요가 클래스에도 다녔었어요. 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등록비를 버렸다는 기억, 그러니까 '돈지랄'했다는 경험으로만 남았거든요. 


그래서 운동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제 목표는 딱 하나였습니다. 


"돈 안 쓰고 운동한다." 

또 헬스나 수업을 등록하면, 그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 같았거든요. 아무래도 매일 갈 것 같지는 않은데, 안 가는 날마다 죄책감이 쌓인다면, 그걸 또 못 견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돈 안 드는 운동을 생각하다가 러닝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운동화 한 켤레를 샀었습니다. 운동화 정도는 러닝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신으면 그만이니까, 좀 덜 아깝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뛰었습니다. 어떨 때는 500미터도 뛰고 어떨 때는 1킬로미터도 뛰고요. 그러는 사이 제 러닝 아이템도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 러닝 벨트: 쿠팡에서 제일 만만해 보이는 걸로 샀습니다. 여기에 휴대폰을 넣고 허리에 차고 달립니다. 

- 무선 이어폰: 원래는 줄 이어폰을 썼었는데 아무래도 덜렁덜렁 신경 쓰여서 QCY 제품을 샀습니다. 저렴합니다. 

- 러닝셔츠: 평생 안 입을 것 같았던 민소매 셔츠를 러닝 하느라 입게 되었네요. 올여름에 구입했습니다. 아주 만족합니다. 


이렇게 아이템이 하나 둘 늘어갔다는 건, 제가 달리기를 계속하리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올여름에도 최대한 열기를 피해 뛰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에는 비가 쏟아지기도 했어요. 신발이 쫄딱 젖었죠. 신발을 빨다 보니 많이 닳았더군요. 그래서 하나 더 사야겠다 생각하던 중에 괜찮은 운동화가 보여서 구입했습니다. 그리 비싼 건 사지 않았어요.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까 너무 많은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뛰다 보면 마주치는, 비현실적인 여름 구름

제가 운동을 하다니. 이건 참 놀라운 일입니다. 저도 천변을 달리는 제 자신을 보며 늘 놀라요. 깨달은 것은 운동은 그 결과가, 그리고 영향이 어느 정도 몸에 느껴져야 계속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달리는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숨이 차는 정도가 점점 안정화되는 걸 몸으로 느끼니까 '오늘은 또 어떨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게다가 살이 안 찝니다. 원래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어서 살이 빠지는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고 나서부터는 살이 안 쪄요. 평소보다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찝니다. 그리고... 뱃살이 사라졌어요. 하하하하하하. 옷태가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까 안 뛸 수가 없더라고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천변의 꽃들을 보는 것도 달리기의 즐거움입니다 


현재 저의 달리기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일 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매일'이라는 어려운 목표가 생겨버리면 달리기 자체를 그만둘 있기 때문에 목표는 가볍게 세웁니다. 


2. 기록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역시 부담감을 갖지 않기 위해 세운 목표입니다. 


3. 그래도 '장기적'인 목표는 가져보자. 제 장기적인 목표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그는 하루에 10킬로미터 정도 달린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일단 10킬로미터가 목표입니다. 


여름도 끝나가고, 새 운동화도 샀겠다. 좀 더 성실하게 달려볼 생각입니다. 9월 한 달 잘 달리고 나면 저에게 '모자'를 선물하려고 해요. 지금 쓰고 달리는 모자는 예전에 사두고 안 써서 처박아두었던 모자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하프 마라톤을 하겠어!', 또는 '기록을 단축하겠어!' 같이 큰 포부보다, 이런 소소한 목표들이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가볍고 사소하게, 그게 제 방식입니다. 

해를 따라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해바라기들 

오늘 처음 신고 뛰어 본 두 번째 러닝화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난번 운동화를 신는 동안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운동화는 사이즈를 넉넉한 것으로 샀어요. 그래서인지 두툼한 스포츠양말을 신고 달렸는데도 아주 편안했습니다. 이렇게 저도 약간의 스킬이 쌓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자투리 시간에는 필사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