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지막 식사 메뉴

제주도 산지해장국의 내장탕

by energypaper

오늘 이 순간이 인생의 마지막 식사다

원하는 어떤 음식이라도 주문이 가능하다면 무엇이 떠오르나?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라는 콘텐츠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사이코패스부터 살인강도 등 흉악범들이었는데 매우 평범한 메뉴를 선택했었다. 외국음식이라 그 나라에서 평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닥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 메뉴들이었다.

어떤 이유로 그 메뉴를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해보자면 죽음을 앞두다 보니 과거 가장 행복했었던 식사 자리나 어머니가 자주 해주던 음식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만약 지금 내게 묻는 다면 그런 스토리텔링 없이 선뜻 이렇게 답할 것이다.


"지금 당장 제주 산지해장국의 내장탕을 대령하시오!"



'고작 내장탕이라고? 오버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나도 그게 말로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수십 번도 더 갔을 제주도에서 그것도 검색이나 사전 정보도 없이 숙소를 나와 슬리퍼로 털레 털레 걷다가 우연히 들어가 이놈을 만났다


오전 6시부터 문을 열다 보니 속을 부여잡은 술꾼들이 아침부터 만석이고 너도나도 식탁에는 막걸리가 올라가 있다. 해장을 하러 와서 다시 술을 부르는.


나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고기해장국을 참 좋아한다. 이도 특이한 경험이다. 어쩌다 제주도는 동네 어디에나 있는 선지해장국이 아닌 미풍, 모이세, 은희네 등등으로 대표되는 소고기해장국의 천지가 되었을까?


여기에도 소고기해장국이 메뉴로 존재하지만 모두 내장탕을 먹고 있다.

깔끔하게 손질해서 부들부들 잘 삶은 양깃머리와 곱창이 푸짐히 올라가 있고, 배춧잎이 단맛과 시원함을 더했을 이 집의 내장탕은 서울에서 접하던 그 내장탕의 맛과 비주얼이 아니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숨도 쉬지 않고 퍼먹어도 줄지 않는 화초장 같은 이 녀석은 밥을 말기도 전에 배가 불러온다. '특'이라는 곱빼기 메뉴가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20220530_062959.jpg 아! 또 봐도 침 고인다.


"엄마. 지난번 제주도 여행하면서 드셨던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게 어떤 거야?"


"글쎄. 고등어회도 맛있었고, 고기국수도 맛있었고.... 그런데 그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


"혹시.. 산지해장국 아니야?"


모자사이라 입맛도 닮았던 걸까.

그렇다. 틀니를 한 노모도 씹기에 불편하지 않은 부들부들한 양과 구순을 앞뒀으니 9만 번의 식사를 하셨을 당신의 입맛에도 쩍쩍 달라붙는 육수의 감칠맛은 저 많은 양의 뚝배기 밑바닥을 확인하게 한다.



아무튼 난 이놈에 중독되어 제주도 여행 시작과 끝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심지어 이놈을 맛보기 위해 간 적도 있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맛집은 가성비를 포기하면 다 서울 강남에 있다. 나는 서쪽에 있다 보니 강남까지 가려면 여차저차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제주도까지 비행시간은 50분. 공항이동과 식당이동 따지면 강남이나 제주도나 거기서 거기다.

평일 3만 원 내외의 비행기삯이면 강남까지 택시 탔다고 생각하고... 내장탕 한 그릇 먹고 올까?



정신 차리자.



사진이나 한번 더 보고 만족하자.

20230512_094709.jpg 이제 제주도에 여러 분점이 있는 것 같은데, 난 탑동광장 근처 본점만 가봤다. 맛이 다 같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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