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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o Aug 19. 2024

인간관계가 뭔가요

옛날 티비를 자꾸만 보게 되는 이유


너, 너무 차가운데, 어떻게 전단지조차 안 받을 수 있어?

차디찬 겨울, 지하철 입구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힘든 병원 일을 뒤로한 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집에 가는 길까지도 편치 않았다. 간호조무사로 입사한 지 3개월 차가 될 무렵 만나게 된 실장님은 내게 차갑기도 한편으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때까지 난 이 사람이 나에게 끼칠 부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인간관계에 대해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아픈 기억들이 가끔씩 올라오곤 한다.


20대 후반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운 좋게 취업한 직장에서도 인간관계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인간관계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업무 파악이 되지 못한 난 일도 인간관계도 못하는 무능력한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주임으로 일을 하게 된 난 네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무지함이 컸다. 어느 누구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알려주는 것이 있었다면 엑셀로 정산하는 법, 프로젝트 상세페이지 스토리 작업하는 것 외에는 오롯이 네 스스로 찾아 해결해야 했다. 내가 원했던 일과는 전혀 달랐다. 하나부터 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인지 앞으로 무엇을 담당하게 되는 건지 분명하게 일러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각자가 해내야 할 업무량이 많았기에 마음에 여유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서툰 직장 생활은 단순히 업무 미숙함을 떠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 또한 갖추지 못한 난 네가 좋아하는 팀장으로부터 잔소리를 수도 없이 듣곤 했다.


“메일함 누가 읽었어? “

“저요…”

“읽었으면 읽었다고 이야기해야지! “

회사 전체 메일함으로 오게 되는 메일을 빠지지 않고 읽곤 했는데, 중요한 메일인 줄 몰랐다. 팀장님께서 그 메일이 언제쯤 오는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가 읽고도 메일이 수신되었다고 보고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었는데, 대학교에서는 성적을 잘 받아 수석을 하였을지라도 회사에서는 F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자꾸만 벌어졌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다들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어떻게 회사생활을 배우고 익히는 걸까. 첫 단추가 분명 잘못 꿰어진 건 아닐까. 20여 군데 넘게 아르바이트만 해오던 난 그럭저럭 회사생활은 잘 해낼 줄 알았다. 하지만 6개월 넘게 회사를 다녀도 상황은 나이지 않았다. 결국 회사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퇴사를 앞둔 마지막 날 이사는 나에게 말했다.


“너같이 일 못한 얘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아”

그것이 나에게 해주던 마지막 말이었다. 더없이 서러웠다. 그동안 상사가 ‘나에 대해 숨겨왔던 마음이 이것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회생활이란 원래 이런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다시 이 상황으로 만약 돌아간다면 나도 그녀에게 한마디 했을 것이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회사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엉망진창인 '나'도 처음이다

오히려 울기보다는 나도 돌직구를 던지고 아쉽지 않다는 듯 나왔을 것이다.

짐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다시 찾게 된 회사에서 나의 첫자리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 입사한 지 9개월 만에 나의 본격적인 회사 찾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무직 일자리는 서울에 있었다. 결국, 한 시간 반이나 넘게 걸리는 회사로 입사를 하게 되었지만, 그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문제는 인간관계였다. 브랜드 마케팅과 총무 일을 함께 겸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회사는 내가 2가지 일을 잘 해내길 원했다. 거기다 플러스 ‘인간관계’ 역시도 잘 해내야 했다. 한 가지 일만 잘 해내기도 벅찬데 인간관계 까지라니. 인간관계를 잘해야 내가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회사를 홍보하는 일은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직원들과의 친밀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오롯이 ‘일’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난 대리님으로부터 쓰디쓴 소리를 듣게 되었다. 참고 차다가 폭발한 상사는 이성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건대 여초들이 모인 회사에서 내가 분명 제대로 끼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상사를 서운하게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술을 좋아했던 상사는 내가 집이 멀다는 이유로 회식 자리에 수시로 빠지곤 했는데, 그것이 눈에 곱게 보일리 없었을 것이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인력을 한 명 더 충원해 달라고 말한 것도 상사의 일을 돕기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마케팅에 더 힘을 쓰는 것도 문제였다. 여러모로 서운하게 느꼈을 것이다. 더는 같이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가 1년을 채 채우지 못한 9개월이었다. 또다시 찾게 된 집 근처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다시 하게 된 난 ‘급여’를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를 뽑은 팀장은 내가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정말이지 좋은 분들을 만났다고 안심하던 찰나에 결국 난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이제는 여초가 아닌 남초 부서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입사한 이후에 받게 된 첫 달 월급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월급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람도 급여도 모두 나의 조건에 맞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경쟁력이 없었다. 사무직, 언론홍보직에서 경쟁을 갖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좋아야 했다. 인간관계가 좋아야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직장을 잡지 못해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내가 쌓아온 커리어를 버리고 간호학원으로 향하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단순한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디어도 내고 인간관계도 해야 하고 성과도 내야 하는 일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정해진 틀에서 정해진 일이라도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 역시도 인간관계는 있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이후 처음 입사하게 된 곳에서 운이 좋게도 처음으로 일 년을 넘어 4년 가까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정신과’였다. 정신과에서 난 직장 생활이란 무엇인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정신과는 특별하다. 그곳에서 난 다시 회복하게 되었다. 인간관계 회복 방법은 간단했다. 그것은…

#인간관계 #회복 #경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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