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여행 part.4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목민은 목초지를 찾아 이동한다.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기도 하고, 산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전통 가옥인 유르트를 텐트처럼 조립했다 해체하길 반복하고, 어려서부터 말을 다루며 매나 독수리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곤 한다. 카자흐스탄 곳곳에 유목민 특유의 환대 문화와 전통 문양, 음악 등이 남아 있지만 이방인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카자흐 유목민의 삶이 궁금하다면, 민속촌 격인 에트노 빌리지 더 훈스Etno Village The Huns를 방문하거나, 더 훈스를 방문한 후라면 유르트에 들어갈 때 오른발을 먼저 들이게 될 것이다. 왼발부터 들이는 것은 공격 신호이기 때문이다. 말젓을 발효시켜 만든 음료 크므즈와 전통 튀김빵인 바우르삭을 대접받고, 전통 악기 돔브라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지난 구정에 밀린 원고 쓴다고 청승맞게 집구석에 앉아 카자흐족의 독수리 사냥꾼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알이 부화하면 둥지에서 새끼를 데려와 훈련을 시키는데, 한 둥지에서 여러 마리의 새끼를 데려가지 않도록 새끼를 데려올 때 둥지에 하얀 끈을 묶어놓는다고 했다. 그게 유목민들의 룰이라고.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며 독수리 사냥꾼(의 친척 즈음 되는 분)을 만났다. (카자흐족의 독수리 사냥 기술을 30분 남짓의 쇼로 구성한 팔콘쇼 관람했다는 얘기). 다음 날 빙하가 녹아 형성됐다는 호수를 보러 산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우연히 사향노루라든지 산양이라든지 마르코염소라든지 아이벡스 같은 동물을 만나게 되리라고 기대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침블락은 톈산산맥 메데우 계곡 상부에 위치한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키장이다. 해발고도 3200m, 한여름에도 상부는 눈이 녹지 않아 스키를 탈 수 수있는 곳, 스키어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곳이다. 물론 스키를 타지 않아도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눈을 밟으며 망중한을 즐기는 것은 알마티 대표 레저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메데우 빙상경기장 옆 티켓 부스에서 티켓을 구매해 곤돌라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스키장 인포메이션 부스에 도착. 이곳의 해발고도가 이미 2260m, 주변에 레스토랑과 호텔(노천탕이 있다고 한다)이 있다. 그리고 한번 더 곤돌라를 타고 고올라가면 2845m, 곤돌라 두 번에 여름에서 겨울로 건너간다. 상급자는 여기서 한번 더 올라가 가파른 경사를 타고 활강한다고 전해진다.
눈 살짝 밟고 내려와 첫 번째 곤돌라가 섰던 곳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설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주말이 되자 무명의 예술가는 아르바트 거리에 나와 그림을 팔고 소년들은 명당을 잡아 잡기를 펼친다. 교회에는 히잡처럼 머리에 스카프를 두룬 여인들이 기도를 하고 (정작 이슬람교도들은 히잡이나 뷰르카를 두르지 않는다) 테라스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대부분의 인구가 이슬람교를 믿는다는데, 여성들은 히잡을 선택적으로 착용하고 술과 담배가 허용된다. 성상숭배가 금지됐지만 이곳 이슬람교도들은 유르트마다 사슴뿔이나 새의 형상을 닮은 문양을 곳곳에 새겨 넣는다. 종교적 관습보다 민족의 전통이 우선인 느낌.
알마티를 여행하며 불편함이 없는 이유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포용하는 카자흐족의 관용 덕이 아닐까, 생각했다.
Almaty, Kazakhstan, 20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