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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sum Jul 31. 2024

몽골 여행, 홉스굴 호수

몽골여행 part.2


바다가 없는 몽골에서 홉스굴 호수는 바다를 대신한다. 여과하지 않고 마셔도 되는 담수호라 신성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KHOVSGOL LAKE 홉스굴 호수

사방이 대륙으로 둘러싸여 바다를 볼 수 없는 몽골인에게 홉스굴 호수는 바다를 대신한다. 파란 하늘과 맑은 호수가 만나 수평선을 이루고, 호수를 에워싼 침엽수림 아래는 작고 예쁜 마을이 자리 잡았다. ‘몽골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자연 속에 머물며 승마와 트레킹, 보트 투어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 좋다.


도로가 없는 시베리아에서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승합차인 푸르공. 오래돼 불편하고 덜컹거리는 이 승합차가 여행자에게는 낭만이다.
하늘에서 본 무릉 풍경. 토이블록처럼 반듯하게 구획 지어진 도시엔 집집마다 가축이 뛰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다.

몽골의 바다 홉스굴 호수로 가는 길

울란바토르에서 서북쪽으로 800km가량 떨어진 곳에 몽골에서 가장 크고 깊은 홉스굴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사방이 대륙으로 둘러싸여 바다를 볼 수 없는 몽골인에게 바다를 대신한다. 그래서 이름도 홉스굴 누르(нуур, 호수)가 아닌 홉스굴 달라이(Далай, 바다)다. 짠물 호수가 많은 사막지대에서 여과하지 않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담수호인 홉스굴 호수는 몽골인들에게 신성한 존재다. 파란 하늘과 맑은 호수가 만나 수평선을 이루고, 호수를 에워싼 침엽수림 아래에는 아기자기한 마을이 있어 ‘몽골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국내선을 타고 1시간 남짓, 홉스굴 관문도시인 무릉에 닿았다. 예약해둔 게르 주인이 볼일이 있다며 마중을 나왔다. 원래 홉스굴에 가려면 무릉 시장 옆 공터에서 승합차를 기다려야 하는데, 수고를 덜었다. 게르 주인의 ‘볼일’이란 알라크 에르덴에서 열리는 야크 축제였다. 몽골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크가 서식한다. 그 때문인지 다양한 야크 축제가 열린다. 길들이지 않은 야생 야크를 타고 달리는 야크 레이싱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레이싱 중 하나다.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야크는 드물다. 절반 이상이 발버둥을 치면서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다 경기를 포기해버린다. 올가미를 던져 야크를 잡는 경기도 있다.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야크 주변을 맴돌며 위협하면 성난 야크들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때 선수들이 올가미를 던져 야크를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가장 재미있는 경기는 야크 폴로. 야크 등에 올라탄 채 폴로 경기를 한다. 무릉과 홉스굴 사이에 있는 알라크 에르덴에서도 야크 축제가 열린다. 주변 3개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인데, 메인 이벤트는 야크 길들이기다. 야생 야크를 우리에서 꺼내 그 위에 올라타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우리로 들어가면 성공하는 경기로 주로 젊은 청년들이 도전한다. 자극적인 전자게임에 길든 우리에겐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별다른 즐길 거리가 없는 이곳에서는 커다란 행사다. 축제 현장은 한껏 멋을 내고 구경 온 가족들로 붐빈다. 축제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게르 주인의 운전 솜씨. 내비게이션도 없고 길도 없는 초원 위를 열심히 달려 축제장을 찾아낸다.



홉스굴 호수에서 보트 타는 가족.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깊은 담수호인 홉스굴 호수는 각종 수상 레저 천국이다.

얼음 바다에서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승마를 즐기는 이들에게 몽골은 천국이다. 말 엉덩이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털에서는 반질반질 윤이 난다.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에는 향긋한 허브 향이 머문다. 이즈음 몽골은 어딜 가도 좋지만, 홉스굴은 승마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빽빽한 타이거 삼림을 헤치고 언덕 위에 올라 호수를 감상하거나 호숫가를 달릴 수 있다. 만약 홉스굴 승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략의 일정과 이동 루트를 정한 후 마주를 수소문해 상세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여행은 게르와 게르 사이를 말을 타고 이동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승마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게르 캠프에 신청하면 일일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홉스굴 호수는 한여름에도 얼음처럼 차갑지만, 지역 아이들에게는 1년 중 이때의 물이 가장 따뜻한 계절이다. 덕분에 이무렵 에는 호수 곳곳에서 수영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추위에 익숙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수영보다 보트나 요트, 카약 등을 타고 물 위에서 호수를 즐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수심이 꽤 깊으니 구명조끼를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호수에 밤이 찾아왔다. 게르 중앙에 있는 난로인 골롬트에 불을 지피러 온 게르 주인에게 부탁해 호숫가에 모닥불을 피웠다. 울란바토르를 떠나기 전 슈퍼에 들러 양꼬치 재료를 사둔 터였다. 이 지역의 시장은 수흐바타르 유람선 선착장 입구의 하트갈이 유일한데, 물류가 부실하다. 둘러보면 살 만한 게 없는데, 그 작고 촌스러운 시장이 인근 유목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백km 떨어진 곳에서 말을 타고 와서 양고기나 야크고기를 쌀이나 밀가루로 바꿔가는 것. 홉스굴 지역 특산품인 말린 생선과 사탕인 사르메델트, 수제 정어리 통조림과 잼을 판매하는데, 공산품은 구하기 어렵다.

판을 벌이자 게르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호주에서 온 남자와 일본에서 온 여자, 독일에서 온 할아버지와 싱가포르에서 온 여자 등 양꼬치를 사이에 두고 다국적 파티가 벌어졌다.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난 후, 모닥불이 수그러든 한밤중인데도 하늘이 밝다. 풀을 베고 누우니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바다 같은 호숫가에 게르가 서 있고, 바다 같은 하늘 위로 소금 같은 별이 떠 있다. 은하수 너머로 유성우가 긴 꼬리를 그리며 지나갔다.


한랭 삼림지대인 타이가 지역에 사는 차탕족은 순록을 키우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지구 최후의 유목민을 찾아서

장하이 고개는 홉스굴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전망대로 차탕족이 사는 순록 마을로 향하는 길에 있다. 장하이 고개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하트갈 마을 중심에서 북쪽으로 25km 떨어져 있다고 구글맵이 알려주지만, 비현실적인 수치다. 비나 눈이 많이 내리면 도로가 유실되거나 묻히고 만다. 표지판도 없다. 암호 같은 숫자가 적힌 시멘트 표지석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이 지역으로 여행하려면 반드시 지역 지리에 밝은 기사와 동행해야 한다. 차멀미가 심한 사람은 멀미약도 챙겨야 한다. 장하이 고개까지 오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승마 트레킹이다. 초보자도 2~3일 훈련하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차탕족은 홉스굴 호수에서 북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타이가 숲에서 순록과 함께 평생을 살아간다. ‘차탕’이란 말도 ‘순록을 길들이는 사람’이란 뜻. 타이가 숲에서 자라는 순록을 타이가 순록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 200~7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지구 최후의 유목민이라 불리는 차탕족 역시 200명 정도만 남았다. 이들은 이제 여행자가 모여드는 여름이면 순록을 끌고 홉스굴 근처까지 내려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좌판에 타이거 숲에서 딴 약초 블루베리, 동물의 뼈로 만든 공예품, 양털 목도리 등을 판다. 허부츠라 불리는 이끼를 따라 깊은 숲 속에 머물러야 할 순록이 관광객의 기념사진 촬영에 동원된 것을 보고 있자니 신기하면서도 씁쓸했다.

 

Tip. 승마 초보자를 위한 팁

말을 탈 때에는 말의 왼쪽에서 오른다. 왼쪽 발걸이에 발을 끼우고 힘을 줘 말 등에 올라탄 다음 오른쪽 발을 발걸이에 끼운 후 고삐를 잡는다. 이때 발걸이에 발을 너무 깊숙이 끼우지 않는 것이 요령. 낙마 자체는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발이 끼인 채 끌려갈 경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다. ‘추-추-’하면서 말 옆구리 뒤쪽을 발로 때리면 빨리 걷기 시작하고, 고삐를 오른쪽으로 당기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2016년 8월, 몽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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