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2018년 국내에서 아름다운 날 출판사를 통해 "더 나은 사람들의 역사: 갑질사회 흥망사/어렵게 쌓아올린 명성이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지는가"(최성욱 역)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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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에 인상적인 부제가 붙었다. "오만의 역사"(Ylimielisyyden historiaa).
모자, 혹은 감투라고 불리는 누군가를 다른 사람보다 높아보이게 만드는 것들
2010년 핀란드에서 첫 출간 후 4쇄 이상 개정판을 찍은 책 "Ettekö te tiedä kuka minä olen"(직역하면 당신들 내가 누군지 몰라?)의 후속 편이 올해 나왔으니, 그 이름은 "Ettekö te vieläkään tiedä kuka minä olen"(당신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몰라?).
저자 Ari Turunen은 핀란드 공영방송 Yle 라디오 기자, 논픽션 작가 등으로 활동해 왔으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핀란드판 편집장이기도 하다.
오만, 자만, 잘난 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젊은 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나이 든 분들의 상대에 대한 과소평가이기도 하고, 나폴레옹 같은 권력자들의 세계 정복에 대한 욕망이기도 하며, 일부 권력을 남용하는 기업 임원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발 앞에 엎드리리라 여기는 유명 배우들의 허세이기도 하다. 그것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작용이자 내가 틀릴 리 없다는 에고의 최정점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들이 아는 세계가 문명이며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는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핀란드도 상당한 변방인데, 이를테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재임 당시 유럽연합 식품안전청 유치를 놓고 경합하게 된 핀란드의 식문화를 얕잡아본 일화도 실려 있다.*
저자는 알렉산더 대왕부터 제임스 조이스와 마르셀 프루스트를 거쳐 엔론 사태와 조니 뎁, 보랏(사샤 바론 코헨)까지 인류의 역사 속 인물들과 현대인들의 과오와 실책을 낱낱이 다룬다.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기도 하고, 기업이나 집단, 특정 문화권이 공유하는 오만이기도 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친숙하진 않지만 흑역사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경청의 힘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핀란드 책에서 한국사람 이름을 보고 빈갑지 않은 드문 경우
*핀란드에 몇 년 살아보니 베를루스코니가 한 말이 근거가 없는 자신감은 아닌 것 같다. 참고로 이 사례는 산나 마린 정부의 장관들에 대한 Vappu Kaarenoja와 Aurora Rämö의 논픽션 "TYTÖT: Suomalaisen tasa-arvon perusteet"(The Women Who Run Finland, 2020)에도 등장하는데, 거기서는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