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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Dec 04. 2021

당신들 내가 누군지 몰라?

Ylimielisyyden historiaa, Ari Turunen

* 이 책은 2018년 국내에서 아름다운 날 출판사를 통해 "더 나은 사람들의 역사: 갑질사회 흥망사/어렵게 쌓아올린 명성이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지는가"(최성욱 역)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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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에 인상적인 부제가 붙었다. "오만의 역사"(Ylimielisyyden historiaa).

모자, 혹은 감투라고 불리는 누군가를 다른 사람보다 높아보이게 만드는 것들

2010년 핀란드에서 첫 출간 후 4쇄 이상 개정판을 찍은 책 "Ettekö te tiedä kuka minä olen"(직역하면 당신들 내가 누군지 몰라?)의 후속 편이 올해 나왔으니, 그 이름은 "Ettekö te vieläkään tiedä kuka minä olen"(당신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몰라?).

저자 Ari Turunen은 핀란드 공영방송 Yle 라디오 기자, 논픽션 작가 등으로 활동해 왔으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핀란드판 편집장이기도 하다.

오만, 자만, 잘난 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젊은 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나이 든 분들의 상대에 대한 과소평가이기도 하고, 나폴레옹 같은 권력자들의 세계 정복에 대한 욕망이기도 하며, 일부 권력을 남용하는 기업 임원들이나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발 앞에 엎드리리라 여기는 유명 배우들의 허세이기도 하다. 그것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작용이자 내가 틀릴 리 없다는 에고의 최정점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들이 아는 세계가 문명이며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는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핀란드도 상당한 변방인데, 이를테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재임 당시 유럽연합 식품안전청 유치를 놓고 경합하게 된 핀란드의 식문화를 얕잡아본 일화도 실려 있다.* 


저자는 알렉산더 대왕부터 제임스 조이스와 마르셀 프루스트를 거쳐 엔론 사태와 조니 뎁, 보랏(사샤 바론 코헨)까지 인류의 역사 속 물들과 현대인들의 과오와 실책을 낱낱이 다룬다. 것은 개인의 잘못이기도 하고, 기업이나 집단, 특정 문화권이 공유하는 오만이기도 하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친숙하진 않지만 흑역사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경청의 힘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핀란드 책에서 한국사람 이름을 보고 빈갑지 않은 드문 경우

*핀란드에 몇 년 살아보니 베를루스코니가 한 말이 근거가 없는 자신감은 아닌 것 같다. 참고로 이 사례는 산나 마린 정부의 장관들에 대한 Vappu Kaarenoja와 Aurora Rämö의 논픽션 "TYTÖT: Suomalaisen tasa-arvon perusteet"(The Women Who Run Finland, 2020)에도 등장하는데, 거기서는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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