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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Oct 23. 2021

비행기 추락사고 피해자의 이야기, 지금 일어나

Nouse nyt, 2020

 일어나기 아주 드문 일을 이야기할 때 흔히 로또에 당첨될 확률(814만 분의 1로 요즘은 그렇게 드문 건 아니라고 한다)나 벼락에 맞을 확률(418만 분의 1)을 이야기한다.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은 더욱 드물어서 12만 번 비행 중 1번,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 명 중 1명이라고 한다.(ScienceTimes 2013.07.24)


 그렇다면 비행기에 탄 게 아니라 떨어지는 비행기에 맞아 중상을 입을 확률은 어떤가? 불행의 순간에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그 비행기에 그 나라 내무부 장관이 타고 있었을 가능성은? 이 책의 주인공 울리카가 겪은 일이 바로 이 지독한 운명의 장난이다. 2008년 11월 4일, 29세 생일을 앞둔 그녀는 브라질 시티에서 일분일초를 쪼개 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막 퇴근을 하려고 택시를 기다리던 참인데, 하늘에 떠 있던 자그마한 비행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온 힘을 다해 피해 보지만, 비행기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간신히 위험지역을 벗어나 병원에 실려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그녀의 주변엔 화염이 들끓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사고의 순간에서 시작하는 울리카의 필사적인 재활 일기다. 그녀는 신체의 40%에 화상을 입었는데, 그 부위는 대부분 얼굴과 손이었다. 여러 번의 수술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지만 사고를 당한 직후에는 지나가던 사람이 남잔지 여잔지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핀란드 사람인 그녀가 멕시코 시티에서 살게 된 이유는 그녀가 멕시코인인 카를로스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런 장르의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이상하게 몰입해서 읽게 된 이유가 그녀가 국제결혼을 했고, 사고 전까지 일했던 직장이 나의 전 직장과 비슷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핀란드인인 그녀는 교환학생으로 멕시코시티에 갔다 멕시코인인 카를로스를 만나 결혼했고, 나는 대학원 유학 중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핀란드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울리카는 자기 모국인 핀란드에서 남편과 같이 살아보기도 했지만, 적응이 어려운 남편을 위해 그의 나라인 멕시코로 돌아왔었다. 사고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버린 아내는 그에게 낯설었고, 울리카는 그에게 실망한 나머지 이별을 고하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하던 곳이 정부기관이었고, 좋은 보험이 있었고, 어머니가 그녀를 보러 와 있었다. 울리카는 멕시코시티 병원, 미국 텍사스 댈러스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케네디 대통령이 총격을 받았을 때 입원한 병원이란다)을 거쳐 핀란드로 돌아오게 된다.


 이 책은 핀란드 문학교류협회의 논픽션 추천작으로 읽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저절로 이지선(현 한동대 교수)의 "지선아 사랑해"(초판 2010)를 떠올리게 되었다. 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어디에서 찾는가에 대해서는 두 책의 접근법이 꽤 차이가 나지만 심한 화상을 입고 그 후를 오롯이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닮은 점이 있다. 비슷한 사고를 다루더라도 피해자의 학벌이나 외모를 헤드라인에 넣어 유독 강조하는 언론보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두 책의 주인공들처럼 아직 청춘을 한껏 누려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한 이들의 비극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연인지 몰라도 울리카와 이지선 씨의 나이는 비슷하다. 울리카는 79년 생, 이지선 씨는 78년 생이다. 사고 당시 나이는 울리카가 몇 년 더 많다. 울리카는 사고 전의 직장에서 몇 년 더 일하다 2014년부터 변화 및 회복탄력성(resilience) 분야의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Imagine if you were hit by a plane'이라는 제목의 울리카의 2017년 TED 강연 영상 링크다.


https://youtu.be/Uc_Tq9jlq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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