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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Jul 17. 2021

태초에 번역이 있었네

Alussa oli käännös (2001)

탐페레 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번역 개론서이다. 리타 오이키넨과 피르요 마키넨이 번역가와 번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글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리타 오이키넨은 현재 탐페레 대학 교수이며, 저자 프로필이 별도로 수록되지 않아 모든 저자들을 찾아보지는 못했다.)

현대인들은 매일 아침 사워를 하며 쓰는 샴푸 통의 사용 설명서처럼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번역을 접하는데, 사소한 것 같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번역이 얼마나 거슬릴 수 있는지를 언급하고 있다. 또한 업무 특성상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번역가들이 사회의 중심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밝힘으로써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태초에 번역이 있었네"는 어떤 주목할 만한 방식으로 통번역가들과 기타 전문가들이 핀란드 사회와 언어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조명한다. 우리는 번역을 통해 다른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번역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나라와 국민들과 접촉하게 된다. 번역은 개별 작품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작품이 번역되면 그 지위는 완전히 변화해 세계문학이 되는 것이다.


사회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서 번역가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책임감과 양심은 권력의 행사에 언제나 뒤따르는  도덕적인 문제다. 번역은 근본적으론 권력의 행사이며 거기에 뒤따르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출판인은 번역될 작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비평가는 비평할 작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물론 번역가 자신도 권력을 행사한다. 그들이 바로 작품 전체를 도착어로 새롭게 창조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번역은 항상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어떤 메시지, 발언, 텍스트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번역가가 일을 시작하면 그는 원문을 분석하고 독자가 기대하는 바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만 초판이 나온 지 20년이 된 책이다 보니 게임 번역, 기계번역 같은 신종 산업분야나 업계 현황과 전망 같은 부분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또한 번역가들의 출발어와 도착어가 다양하다 보니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모두 이해 및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개정판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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