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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마르 Jun 24. 2024

이야기 공감력은 인생에 따라 다르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나와의 공통성을 찾아 공감력을 느끼려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두려워했던 것이 있다.

받아들여짐이었다.


내 아이는 혼혈로 한국이 외국인을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내 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쩌지 싶었다. 한국으로의 귀국에 대한 계획없이 살아가다가 팬데믹때 방문이 거주로 이어졌다. 뭐든게 갑작스러웠던 시기에 나에게 딱 맞는 책을 만났다. (나는 운명이라 하고 싶다.) 바로 브래디 미카코의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이다.



일본인 엄마와 아일랜드인 아빠와 영국에 사는 아이가 겪는 청소년기를 엄마인 브래디 미카코가 담담히 썼다. 잠깐 그녀의 환경을 쓰자면 영국으로 넘어와 빈민층이 사는 그녀가 칭하길 '밑바닥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로 일을 했었고 남편은 현재 트럭 운전수이고 그들은 경제적으로 중하위 층이 사는 공용주택지에 살고 있다,


아이는  명문학교인 가톨릭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교 진학을 동네  '구 밑바닥 학교'로 결정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둡고 슬픈가.

그렇지 않다.


아이가 문제들을 어떻게 대면하고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엄마는 관찰자로서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아이 역시 이런 엄마 밑에 자라서 그런지 자존감도 강하고  다른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커가고 있다.


영국은 아직도 계급이 있는 곳이다 (왕이 있다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그래서 노동자들과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도 추천한다.) 결국 인종차별만이 문제가 아니다. 빈부격차 혹은 다름으로 인한 차별 역시 있는데 책에선 이들이 사는 지역과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역시 빈민가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 곳이라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바르셀로나에서 이와 같은 경험이 있어 많이 공감했다. 어떤 이야기들은 깊게 공감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그래서 엄마도 늘 다른 데를 봤어?"
"뭐?" 나는 다시 아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더 어렸을 적에 '칭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도 다른 데를 봤었어?."
38p


"다양성은 좋은 거 아냐?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는데?"
"맞아."
"그럼 왜 다양성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거야?"
"원래 다양성이 있으면 매 사 번거롭고, 싸움이나 충돌이 끊이지 않는 법이야. 다양성이 없는 게 편하긴 하지." "편하지도 않은데 왜 다양성이 좋다고 하는 거야?"
"편하려고만 하면, 무지한 사람이 되니까."
내 말에 아들이 "또 무지한 게 문제인가." 하고 중얼거렸다.
전에 길에서 인종 차별주의자의 욕설을 들었을 때도 내가 그 사람들이 무지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다양성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어렵고 귀찮지만, 무지를 없애기 때문에 좋은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69p


분단이란, 여러 정체성 중 하나를 타인에게 덮어씌운 다음 그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정체성을 골라 자신에게 둘렀을 때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75P


"하지만 다니엘도 팀한테 '가난뱅이'라고 했어. 나는 둘이 똑같이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전부 인종차별이 더 나쁜 거래. 그것 불법이니까."
아들은 불만을 띤 말투로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인종 차별이 불법이긴 해. 그런데 가난하거나 불우한 사람을 차별하는 건 합법이라니 이상하잖아. 정말로 그게 올바른 거야?"
"아니. 애초에 법은 올바르다는 전제가 틀렸다고 생각해. 법은 세상이 잘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서 반드시 올바르지는 않아. 78p


"일본에서는 '가이진'이라고 하고, 여기서는 '칭크'라고 부르니까,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거야. 그래서 나에게도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이 없어."
"그래도 괜찮지 않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게 더 자유롭잖아."
"맞는 말이지만 정말로 괜찮을까?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괴롭히기도 해. 그건 나쁜 점일 거야. 그런 반면 회장 형이 나한테 친절했던 것처럼 같이 소속된 동료를 특별히 지켜주기도 하는데, 그건 좋은 점이겠지. 그런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없는 나한테는 괴롭힐 것도 지킬 것도 없어. 나쁜 점도, 좋은 점도, 없어.
(중략)
나는 침대에 드러누운 아들에게 말했다.
"... 엄청 어려운 문제가 맞아. 그런데 서로 다른 인종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걸 생각하지 않을까? 분명 한 번쯤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거야."
내 말에 아들은 빨간 얼굴을 끄덕였다.
"그러려나? 응, 그럴 거 같아
그날 밤, 아들의 열은 조금 더 올랐지만 이튿날 아침에는 깨끗이 내렸다.
"힘들면 쉬어도 돼."라고 했지만 아들은 "괜찮아."라며 평소처럼 가방을 메고 현관으로 나섰다.
역시 지혜열이었을까
아들만 겪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어른들도 사회도, 지금 한창 '정체성 몸살'을 앓으며 지혜열이 오르는 중인지 모른다.
언덕 위에서 내려온 티모와 만나 즐겁게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창문으로 보였다. 동트지 않는 새벽은 없듯이, 내리지 않는 지혜열은 없다. 이렇게 믿고 싶다.
 253-256p



나의 이야기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에 살았던 지역은 라틴 이민자들과 집시들이 살았던 지역이었다. 나는 그런 지역이라는 것을 모른 채  그 밑에 지역에 사는 친구네 동네가 마음에 들어 가깝길래 계약을 하고 그런 동네라는 것을 알았다.


바르셀로나에선 평화롭고 안전한 동네에서 주로 살다가 겪게 된 당황스러움이란. 동네에 개 똥이 굉장히 많고 치우지도 않는다. 쓰레기를 모으는 집시 아주머니를 매일 볼 수 있고 길에는 술병들이 나뒹군다.

동네에서 집시들 사이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친구에게 들어서 알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집 근처 스포츠 바에서는 쾌락과 인생을 잊고 싶은 인간들이 모여 마약을 하였고 그 건물은 새롭게 지은 최신식 건물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이 집을 구매했다가 떠나고 싶어 했다.


밤에 싸우고 욕하는 소리도 수시로 들려 다른 사람들의 잠을 깨워 이웃들이 창밖으로 입 닥치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었다. 화려하고 즐거운 바르셀로나 사진의 포스터로 가린 벽의 곰팡이 얼룩을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경찰차가 자주 들리던 동네.

내가 사는 건물은 5층까지가 있었는데 우리 집과 다른 집 한두 곳 빼면 전부 구호 시설에서 음식을 받아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집 앞에는 불량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15살 전후의 아이들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연애를 하고 중학생도 안된 아이들은 담배꽁초를 찾고 있었다. 이웃들과 문제가 생겨 경찰서에 가서 물어보니 내가 사는 지역이 '최악의 지역'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친절히 살기 좋은 동네를 적어주었다. 집에서 500m만 가도 주민센터 뒤로 새 아파트 단지가 공원 안에 펼쳐져 있었다 근처 공립 병원이 근처라 병원 의사들이 머물고 중심가 센터가 싫은 부유한 로컬 사람들이 주로 머물렀다.

이보다 더한 빈부격차 지역이 있었을까.

다행히  아이가 들어간 학교는 공원 안에 나무로 둘러싸여 모두가 가고 싶어 하던 평화로운 학교에 25명 모집 중 24번째 아이로 들어가게 되었다.이민자들은 거의 우리 집 근처의 학교를 보내기에 아이가 된 곳은 거의 로컬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동네에서도 아이 학교에서도 아시아인인 나는 항상 눈에 띄었다. 인종차별도 빈번히 겪는 아시아인들. 그래서 더 옷이나 행색을 잘 하려고 했다 눈에 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한국에서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 학교 안에서도 느끼던 빈부격차,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있었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에 나오는 이야기들운 이미 내가 겪은 일들이었다. 내가 도움을 받은적도 혹은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민 적도 있었다. 그 삶에서도 사람들을 알아가고 서로 돕고  안부도 나누는 즐거운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삶은 계속된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나는 한국이든 전세계 어디에서든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혼혈인 아이는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한 번씩은 쳐다보고 어린이집에서 달라서 겪는 여러 일들을 지나가 지금 나름 씩씩한 어린이가 되었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갓 한국에 도착했을때 쪼꼬미인 아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주신건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어른들 이었다. 엄청 자라버린 아이에 대해 지금도 여전히 안부를 물어보시고 아이와 만나면 다정히 인사하신다. 팬데믹 기간동안 갈 곳이 놀이터밖에 없어서 맨날 가던 놀이터. 사실, 밖으로 아이와 나선다는 건 나에게도 용기가 필요했었다. 내 기저엔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웠었나보다. 그런데 그렇다면 상처받는건 오히려 아이일 것이다. 그래서 더 씩씩하게 놀이터에 가다보니 다정한 성격의 아이는 먼저 다가가 놀이터 친구들을 잔뜩 만들어왔다.


이미 자신이 다르게 생긴 것을 안다. 어린아이가 힘들어하고 자기부정하던 순간도 보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자꾸 이야기해주니 자기긍정으로 성장하고 있다. 저자처럼 침착히 아이의 마음과 사건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나도 마음 수련을 늘 해야한다. 아이도 분명 청소년때 지혜열을 앓을 것이다. 자신은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때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너는 모두에 속하는 거야. 뭐든지 두 배인 거야. 그만큼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많은 문화가 너에게 있어. 그 특별함이 너를 분명 반짝반짝 빛내줄 거야. 실제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함이 정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가끔은 그녀가 부럽기도 하다.

그녀가 어떤 경험들로 고민할 때엔 이 책을 읽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인생을 발견한다.

내가 공감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인생과 맞닿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마음과 공명한 책은 무엇인가요?



* 책은 현재 후속작 2권도 나왔고 2권도 역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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