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나이
책방에서 일하다 보면 여러 손님들을 만난다.
하지만, 대체로 느낀 건 책을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점잖다. 앎, 이야기, 교양을 쌓으러 오는 것이 기본값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어르신들도 오가는 곳이 우리 책방인데
그중에 인상에 남았던 어르신 손님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80대 정도 돼 보이는 노신사. 그는 오래되었지만 늘 입는 것처럼 보이는 깔끔한 정장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나에게 책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셔서 책 제목을 물어보니 ‘단테의 신곡'이었다. 검색해 위치를 파악 후 바로 찾아서 드렸다.
선물하실 거란다.
보통 경제서적, 철학서를 많이 사는 연령층인데 단테의 신곡을 구매하는 노신사란.
지적인 교양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마음속 시선이 변화하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노 스승이 자신의 제자를 위해 말 여러 마디 대신 책을 선물한 걸 지도 몰라 같은 상상력의 나래도 펼쳐본다.
또 하나.
부부로 보이는 노년의 여성, 남성분이 함께 손님으로 오셨다. 이들은 대략 70대로 보였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남자분의 가방이었다.
오래된 트럭 방수천을 재활용해 제작하는 독일 유명 가방 브랜드로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으로 인기 있는 프라이탁(Freitag)의 크로스 백을 메고 있었다.
각 책 1권씩 들고 여성분과 함께 계산하러 오셨는데
같이 계산하시나요? 물어보니 아니요! 라며 각자 쿨하게 계산하신, 알고 보니 친구 사이였다.
보통은 저 연배는 함께 계산해 선물해 주곤 하는데 찐친 바이브로 계산하고 투닥거리며 나가셨다.
이런 친구도 좋다.
나이 먹어서도 현대적 감각도 유지하며 함께 서점이나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각자 계산하는 친구의 형태가 맘에 들어왔다.
책은 나이를 불문하고 마음만 먹으면 다가갈 수 있다.
꽤 멋진 할머니가 되길 바라는 내가 그들 정도의 나이가 되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선물로 고를까.
또 어떤 친구와 놀러 와서 각자의 책을 구매하고 같이 대화를 나눌까. 그런 궁금증과 기대감을 품게 된다.
여러분들은 20년 뒤에도 책장에 남겨둘 책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