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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수 Apr 06. 2020

나는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일까?

전원일기 감상문-나는 어떤 캐릭터일까?

전원일기 빅팬으로, 전원일기 보는 시간이 요즘 큰 낙이다. 자발적 격리를 하며 먹을 채소도 심고 브라우니도 굽고 별 짓을 다하는데  그래도 제일 재밌는 건 전원일기. 워낙 긴 세월 간 방송된 드라마다 보니, 보다 보면 시대의 흐름이나 인식의 변화가 명확히 보인다. 무엇보다 대강 알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

-김 회장 최불암은 모든 이에게 너그럽지만, 김혜자에게만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다. 당신이 뭘 알아! 가서 사과해!라고 윽박지르거나 자녀들, 사람들 앞에서도 소리를 마구 지른다. 그래도 김혜자는 민망스러워하지 않고, 사람들은 김 회장을 존경하는데 지장이 없다. 야학도 운영했고 남에게는 참 다정하다. 돈도 있고 잘 나가는 친구도 많아서 존경을 받는 데 지장이 없다.

-고두심 맏며느리는 심보가 베베 꼬여있다. 남편 김용건이 정직을 당하면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고 영남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난리가 난다. 대졸자답게 책을 읽거나 라디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혼자 시간을 보낼 뿐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혼자 끙끙 앓다가 애먼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논리 있는 말발로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자주 주장한다.

-일용엄니는 여걸이다. 술도 잘 마시고 온 동네에 주사를 부려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사랑이 많고 표현도 잘한다. 사고도 잘 치지만 며느리를 비롯한 아랫사람에게 사과도 잘한다. 정애란 할머니에게 유일하게 잔소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용이는 야하다. 맨날 소매가 없거나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나온다. 싸움을 잘하고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 아내에게 엄청나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서도 다른 여자들에게는 영국 신사 저리 가라다. 엄마를 닮아 넉살도 좋고 유머도 있다.

-수남 엄마는 귀여운 골칫덩어리다. 질투 시기가 많고 이간질도 잘하고 거짓말도 곧잘 한다. 나이가 들어도 시어머니 앞에서 엉엉 울며 속 얘기를 다 한다. 입방정 때문에 사고를 잘 치지만 애교가 많고 천성이 나쁘지는 않아서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많은 점을 고칠 수 있다. 어디가 과하고 어디가 부족한지 흥분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 오래된 복수심도 이젠 지나친가 싶어서 끊어버릴 수 있고, 매정한가 싶어서, 어색해도 다정을 노력할 수 있다. 사람들의 눈을 덜 의식해서  진짜 내 취향이 뭔지도 알 수 있다. 내가 나를 보기 어려우면 드라마의 캐릭터로 생각해보기. 나는 어떤 장르의 드라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있나? 느린 샤워를 하며 한 번 생각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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