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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r 08. 2024

한국, 북한, 중국에는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한국만 없다고?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북한에는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세계 71개 나라의 도시 36,606개 지역에 있다. 미국에는 무려 30,518개가 있고, 캐나다 2,949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7개, 우간다에도 하나가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 대만에 20개, 이웃 나라 일본에는 도쿄에 2개와 오사카에 1개가 있다.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에는 다 있고, 심지어 러시아에도 75개나 있다.      


이게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비트코인, 즉 암호화폐 현금지급기(ATM)를 말한다. 놀랍게도 세계 여러 도시에 이것이 설치되어 작동되고 있다. IT와 핀테크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 한 대도 없는데, 어느새 이렇게 많은 ATM이 설치되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를 지독히도 싫어하나 보다.      


여러 나라에 설치된 암호화폐 현금지급기는 비트코인 외에도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등 몇 가지 주요 암호화폐를 취급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비트코인을 현지 통화나 달러와 환전하는 중개소는 이보다 훨씬 많은 234,846개가 활동 중이다. 이조차 우리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걸 신중해서 좋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암호화폐에 트라우마가 있다고 봐야 할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곳에서 비트코인을 실생활에서 사용한다. 은행과 같은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은 훌륭한 거래 수단이 된다. 그저 무기나 마약 거래와 같은 범죄의 도구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국가에서 실제로 비트코인을 제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동 여성과 비트코인 

2022년 2월 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한 번 시작은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벌써 2년이 지난 전쟁은 점점 사람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전쟁은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다. 6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사람들의 일상은 망가지고 직장도 잃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정든 집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졌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끔찍한 비극이다.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들은 몸만 겨우 챙겼다. 금융기관이 마비되고 은행이 파괴되자 사람들은 달러를 환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귀중품을 살 수 없고, 또 그것을 가지고 피난길에 오를 수도 없다. 낯선 나라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그들은 비트코인을 구매해 그것을 USB에 담거나 인터넷의 전자지갑에 저장하고 피란길에 올랐다.      

이들은 유럽 국가에 도착한 후 비트코인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전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재산을 제대도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절박한 현실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들은 자칫하면 돈 한 푼 없이 낯선 도시에서 가족이 굶주림에 처할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도시에 사는 청년이 있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유럽으로 일하러 왔다. 매달 월급을 받으면 그 돈을 가족에게 송금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고향에는 은행이 없고, 현금 인출기(ATM)도 없다. 있다고 해도 낙후한 금융 시스템 탓에 돈을 보내고 가족이 찾기까지는 최소한 3일에서 1주일이 걸린다. 게다가 송금 수수료만 아껴도 가족들의 한 달 생활비를 댈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        


이 청년은 대안으로 그는 비트코인을 구매해 그것을 송금했다. 마침 그의 고향 도시에는 은행은 없지만, 비트코인 현금지급기가 있다. 그가 비트코인을 송금하면 가족은 비트코인 현금지급기에서 달러나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송금 수수료도 무척 싸고, 가족이 송금받는 데까지는 길어야 10분이다. 이 청년은 은행이나 현대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한계를 비트코인으로 극복했다.     

 

중동 일부 국가의 여성들은 은행을 이용하기 무척 까다롭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남편과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허락하지 않고는 은행을 이용하거나 현대 금융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일부 국가의 여성들은 남편의 학대를 못 견뎌서 해외로 탈출하거나 남편과 떨어져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시도한다. 이들은 남편의 눈을 피해 현금을 가지고 나오거나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없다.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갈 길은 멀지만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불안하다고? 그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을 구매해서 송금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20분도 안 된다. 그사이에 폭락과 폭등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운 바쁘게도 큰 가격 변동이 문제가 되긴 한다. 암호화폐에 관한 제도와 규칙이 정비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 변동 폭이 줄어들 것이다. 동시에 개인의 금융 안정성과 보안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고안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또 비트코인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새로운 금융 기술은 금융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은행이 없이도 저렴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순식간에 돈을 받을 수 있다.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외국에서 아이가 보내는 돈을 받는 아프리카 어느 촌락의 늙은 부모의 얼굴에 웃음이 퍼질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비트코인은 말도 안 된다는 소리만 되뇌고 있을 것인가. 왜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을까? 단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것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 승인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누차 말하지만, 그것이 꼭 비트코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금융 기술을 고민하자는 말이다. 그사이에 제대로 투자해서 돈을 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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