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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r 21. 2024

거품은 터졌고, 돈은 사라졌다.


거품은 터졌고, 돈은 사라졌다. 

2017년 9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은 사기"라며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가상화폐 열풍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버블'보다도 더 심하고, "언젠간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이듬해인 2018년에 그는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내가 말한 건 유감'이라고 사과하고, 비트코인이 채택한 블록체인 기술을 “진짜”라면서 호감을 표시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비트코인은 '거품이라 No', 블록체인은 '진짜라 Yes'이다. 


비트코인 거품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다이먼만은 아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아무 가치가 없고, 자신은 단돈 3만 원에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쥐약’이라고 맹비난했다. 뉴욕대학 경제학 교수 노리엘 루비니는 비트코인을 "모든 버블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혀 가치가 없는 밝은 햇볕 아래 흩어질 거품에 불과하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몇 차례의 경제 버블 붕괴를 경험했다. 1637년 발생한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 붕괴’, 1720년 영국 남해회사의 파산이 몰고 온 주가 폭락, 같은 해 프랑스에서 일어난 미시시피회사의 파산과 주가 폭락, 2000년의 닷컴 거품 붕괴, 그리고 2008년 180년 전통의 리먼 브러더스 은행의 파산을 몰고 온 주택 거품 붕괴가 그것이다. 이들 거품 붕괴로 많은 사람이 재산을 날렸고, 셀 수도 없는 기업이 도산했다. 거품은 터졌고 소중한 재산은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르네상스 시절 메디치 가문은 사람들이 예금한 돈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많은 이자를 받는 획기적인 금융 기법, 즉 신용 통화 창출 방법을 발전시켰다. 은행이 창조한 통화는 실물 자산과 연동하지 않고, 은행 계좌에 존재하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은행이 보증하는 통화를 신뢰한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너무 과도하게 신용 통화 창조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은행이 파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4대 투자 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바로 그것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집중화된 은행이 갖는 이런 위험성을 우려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분산 원장 기술을 채택한 암호화폐, 즉 비트코인은 낯선 사람의 돈과 돈을 연결하는 은행의 자금 거래 방식을 은행 없이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비트코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 거래에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계좌를 개설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국제 간 거래에서 빠른 시간에 송금할 수 있다. 


코인ATM레이더(Coin ATM Radar)의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몇 개의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현금지급기(ATM)가 71개 나라에 36,606개 설치되어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를 현지 통화나 달러로 환전하는 중개소는 이보다 훨씬 많은 234,846개가 활동 중이다. 곧 터질 거품이라면 이건 또 어쩐 일인가. 


전쟁으로 금융 기관이 마비돼 달러를 환전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유럽으로 가서 현금화했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아프리카 오지 출신의 청년이 유럽에서 일해 받은 보수를 고향의 부모님께 송금할 때도 비트코인을 이용한다. 그것도 10~20분의 짧은 시간에 값싼 수수료를 지급한다. 아마도 그는 고향에 있는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 띤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신기술일까? 신기루일까?

비트코인 등장 이후 수천 개의 다른 암호화폐가 생겼다. 이들 암호화폐도 비트코인의 기본적인 블록체인 구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거래 속도, 보안, 익명성, 스마트 계약 실행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을 추구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기본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는 플랫폼 기술 제공에다 암호화폐를 만들어 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처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는 디지털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 암호화폐가 가진 고도의 변동성과 관련된 위험성 때문에,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어떤 사람은 암호화폐가 기술적으로 혁신적일 수 있으나, 안정성이 없는 변동성이 높은 위험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역사 속의 버블은 대개 1년 안에 터졌고, 그나마 닷컴 거품도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터졌다. 그리고 그들은 역사에 사라졌다. 물론 튤립은 꽃으로는 남았지만, 더 이상 투자 자산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2009년 처음 등장한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많은 비판에도 비트코인은 살아남았다. 2016년 이후에만 2차례의 1,000%가 넘는 가격 폭등과 90%에 이르는 폭락을 경험했다. 폭락할 때마다 비트코인은 끝났다는 말이 무성했는데, 폭락을 거듭할수록 더 높은 가격으로 몸집을 불렸다. 역사 속의 어떤 자산도 비트코인 같은 생명력을 보인 적이 없다. 


비트코인이 진짜 혁신적인 신기술일까? 아니면 환상적인 신기루일까? 거품 붕괴가 잠시 유예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운명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1억 원에 가까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이다.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멀리하는 것이 좋다. 괜히 투자했다가 하루에도 10%에서 수십 % 까지 가격이 폭락하는 장을 견딜 수 없다. 지금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누가 아무리 떼돈을 벌었다고 해도 마음 조급해서 안 될 것이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회가 맞지 않을 따름이라고 마음먹으면 된다. 멘탈이 강하지니 않고서야 그 높은 가격 변동성을 견디는 일은 고역이다. 자칫하면 잠 못 이루는 밤으로 건강까지 망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 누구에겐가는 분명 좋은 기회이다. 당신에게 기회일까? 아니면 위기일까? 제대로 알아 보고 나서, 신중하게 투자해도 늦지 않다. 진짜 당신의 기회가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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