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문대 앞의 당혹감
"여보, 요즘 식당 가면 기계로만 주문을 받는다던데, 나는 도무지 적응이 안 돼."
"맞아요, 버튼이 너무 많으니까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고, 뒤에 줄 선 젊은 사람들 눈치 보느라 더 긴장돼요.“
노년의 부부가 모처럼 외식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섰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 대신 글자가 작고 복잡한 터치스크린이 이들을 맞이한다. 주문대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이들은 결국 주문을 못 하고 나온다. 발걸음을 돌린 부부는 집으로 돌아와 식은 밥을 데워 먹었다. 편리하다고 내놓은 첨단 기계 앞에서 노부부는 당혹감을 느꼈다.
점주들도 이 문제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주문하기 힘들다고 볼멘소리가 잦았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AI와 결합한 음성 인식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노부부가 다시 가게를 찾았을 때는 복잡한 화면을 터치할 필요가 없어졌다.
"짜장면 두 그릇 주문할게요.“
이렇게 말하자 AI가 알아듣고 곧바로 주문을 넣었다. 인공지능은 복잡하기만 한 주문 기계를 편리한 기계로 바꿨다.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AI는 생활 깊숙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은 여전히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젊은 세대는 AI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편리한 기술로 인식하며, 챗GPT, 음성 인식, 자동 추천 기능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중장년층은 AI를 낯설고 어려운 기술로 여긴다. 게다가 기계가 사람 대신 일을 하면, 결국 인간의 설 자리가 줄어들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이렇게 AI가 발달하다가는 나중에 인간을 지배하는 거 아니냐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렇지만, 나이 든 사람 중에도 AI의 편리함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음성 인식 기능을 써보거나, 유튜브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영상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걸 봤다. 이들도 처음에는 AI를 어렵게 생각하다가 막상 직접 사용해 보면 '아, 이게 AI구나!' 하면서 적응했다.
"말만 하면 알아서 검색해 주니까 편하더라."
"유튜브가 내가 좋아하는 거만 골라서 보여줘. 이게 다 AI가 한다며?"
이처럼 AI를 보는 시각이 세대마다 다르고, 같은 중장년 세대 사이에서도 다르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AI는 어렵거나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생활 속 불편을 줄이고, 삶을 더욱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친구 같은 기술이다. 이 말은 중장년 세대라고 해서 마냥 AI를 멀리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알파고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우리는 언제부터 AI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AI라는 개념이 일반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시작은 바로 2016년에 있었던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이었다.
2016년 3월, 서울의 봄날. 세계적인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판 앞에서 마주 앉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와, 이세돌 9단이 컴퓨터랑 바둑을 둔다고? 아무리 AI가 발달했다지만, 바둑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이 중요한데…”
“그래봤자 기계는 기계지. 프로 기사들이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쌓아온 감각을 따라올 수 있겠어?”
대부분 사람은 인간이 이길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세돌 9단은 1승 4패로 완패했다. 유일한 승리는 네 번째 대국에서 나왔다.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그 한 수가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360제곱에 이를 정도로 복잡한 게임이다. 누구도 AI가 바둑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AI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 AI의 정식 명칭은 ‘알파고 리(AlphaGo Lee)’였다. 인간의 성을 딴 AI라는 점이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그리고 1년 후, 더 강력한 ‘알파고 마스터(AlphaGo Master)’가 등장했다. 이 AI는 온라인 대국에서 프로 기사들을 상대로 60전 60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진정한 충격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라는 새로운 AI는 기존 바둑 기보를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 바둑의 기본 규칙만 입력받은 후, 스스로 흑과 백을 번갈아 두며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다. AI는 스스로 수를 익히고 전략을 발전시켜, 불과 40일 만에 기존 알파고를 압도했다. 인간의 기보 없이 완전히 독자적인 방식으로 학습한 것이다. AI가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AI가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알파고의 등장은 바둑계뿐만 아니라 의료, 금융,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혁신의 신호탄이 되었다. AI는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과 협력하고, 때로는 능가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배우고, 적응하고, 창조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었다.
AI, 인간의 말과 마음을 훔쳤다.
“그래봤자 AI가 바둑만 잘 두지, 다른 것은 못 하지.”
“그렇지, 인간처럼 복합적인 생각을 할 수도 없고, 다양한 분야의 인지능력을 갖출 수도 없잖아.”
과연 그럴까? AI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고, 이제는 인간 언어, 그림, 음악, 글쓰기까지 AI의 학습 영역을 넓혔다. AI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보고, 듣고, 읽고, 해석하고, 말하는 존재로 진화했다. 단순히 정보를 분석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마음을 훔치는 경지로 발전했다. 알파고가 쏘아 올린 작은 공들은 이제 세상을 바꾸는 큰 울림이 되었다.
AI가 학습 영역을 넓히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AI는 인간처럼 학교나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것은 아니다. AI는 책을 읽듯이 방대한 데이터를 공부한다. SNS, 유튜브, 온라인 뉴스, 수백만 권의 전자책 등 디지털 공간에는 말 그대로 AI를 위한 학습 자료가 넘쳐난다. 이 모든 자료를 AI는 그야말로 게걸스럽게 학습한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축적한 방대한 지식과 기록을 AI는 빠른 시간에 학습하고, 그것을 전부 기억해 낸다. 성능 좋은 칩은 AI의 학습 속도와 학습 결과의 저장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생물학적 기억의 한계와 학습 시간이 더딘 인간의 학습 역량과 비교하면 AI의 그것은 너무 무서운 수준이다.
지금은 빅데이터라고 말하는 천문학적인 정보가 매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진다. AI는 이 데이터를 마치 거대한 도서관의 장서를 읽듯이 통째로 학습했다. 문학 작품, 시와 소설, 과학적 지식, SNS상의 인간의 내밀한 감성, 사람의 행동과 감성을 담은 수많은 유튜브 영상, 이 모든 것이 AI의 학습 교재이다.
AI는 이 방대한 자료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창작하는 법을 배웠다. AI는 단순히 문장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문맥을 이해하고, 맥락을 이어가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유튜브 영상이나 영화 속 남녀의 대화를 통해 이성에 대한 감정까지 익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