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약 먹었어?

by Henry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매일 5천 명의 노인이 약을 잘못 먹는다

매년 180만 건.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복약 오류' 건수다. 하루 평균 5천 명의 노인이 약을 잘못 먹거나 아예 빼먹고 있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 발표한 통계가 보여주는 충격적 현실이다.


"엄마, 오늘 혈압약 드셨어요?"


매일 저녁 7시, 서울에 사는 나는 어김없이 고향의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대답은 늘 비슷하다.


"아, 그게... 오늘 깜빡했나?"


혼자 사시는 우리 어머니는 올해 83세.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계신다. 하루에 5가지 약을 제때 챙겨 드시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침엔 혈압약, 점심엔 고지혈증약, 저녁엔 당뇨약... 복잡한 복용법을 일일이 기억하시기엔 무리가 있다.


곁에서 엄마를 돌볼 수 없는 내 고민은 깊어간다. 이건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가족이 이런 고민을 안고 있다.


무너진 돌봄 시스템, 혼자가 된 노년

통계청 2024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54.2%가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48.7%는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3.6세를 넘어섰다. 이제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이보다 10년이나 짧은 73.1세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죽기 전 10년 동안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년의 빈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38.9%로 OECD 38개국 중 최고 수준이다. 가난은 질병 관리를 어렵게 하고, 결국 건강을 무너뜨린다.


가족 구조의 변화가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1970년 평균 가구원 수는 5.2명이었지만, 2024년 현재는 2.3명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자녀가 맡아왔던 부모 돌봄은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다.


더 힘든 현실은 자녀들도 부모를 돌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년 조사에서 40~50대 성인 자녀의 73.4%가 "부모님을 직접 돌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응답했다. 직장과 자녀, 그리고 생활비의 압박 속에서 우리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낀 세대가 되어 버렸다.


AI가 우리 엄마를 돌봐준다고?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것이 바로 'AI 복약 관리 앱'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AI가 사람보다 엄마를 더 잘 챙길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똑똑했다. 엄마의 일과를 입력하자, AI가 최적의 복용 시간을 제안했다. "오전 8시 30분에 아침 식사 후 혈압약, 오후 1시에 점심 식사 후 고지혈증약..." 이는 단순한 알림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패턴을 분석한 맞춤형 처방이었다.


엄마가 약을 드시면 자동으로 내 휴대폰에 알림이 온다. "어머님이 오전 8:30 혈압약을 복용하셨습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시간으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복용 확인이 안 되면 1시간 후 자동으로 내게 알림이 온다. 바쁜 업무 중에도 엄마 안부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정훈 교수는 2024년 대한노인의학회 발표에서 "AI 복약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복약순응도가 평균 18.3% 향상되었다"며 "특히 기억력 저하가 있는 고령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한계, 그럼에도 시작해야 할 이유

물론 아직 한계도 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엄마의 미묘한 컨디션 변화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늘 좀 어지럽다"라거나 "식욕이 없다"라는 말씀을 AI에 하시는 건 아직 어색하시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적 한계도 분명하다. 음성 인식 기술은 고령자의 발음이나 방언에 취약하다. 센서 기반 모니터링은 오작동이나 측정 오류 가능성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헬스센터 김철진 교수는 2024년 한국의료정보학회에서 "현재 AI 건강관리 기술의 정확도는 87.4% 수준"이라며 "완전한 대체재가 아닌 보조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비용 부담도 현실이다. 월 사용료로 연금 생활하시는 부모님께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미 경제적 어려움으로 약값 부담을 느끼는 노인층에는 또 다른 진입 장벽이다.


하지만 시작해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예전엔 종일 "엄마가 약 드셨을까?"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휴대전화만 확인하면 된다. 이런 근본적인 안심감이 가장 큰 변화다.


엄마의 자신감 향상도 눈에 띈다. "내가 스마트폰도 쓰고, 이런 걸 다 할 수 있구나" 하며 자신감을 찾으셨다. 얼마 전엔 "이거 어떻게 쓰는지 옆집 할머니한테 가르쳐줬다"라고 자랑하셨다.


축적된 복용 데이터 덕분에 병원에서 더 정확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장점이다.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자세한 기록이 있으니 치료 방향을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성공하는 가족들의 공통점

서울시가 2023년 진행한 'AI 건강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한 300 가구를 분석한 결과, 성공하는 가족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성공 가정은 매주 정기적으로 복용 기록을 함께 확인했다. 우리 가족도 매주 일요일, 엄마와 함께 일주일간의 기록을 본다. "이번 주는 100% 완주하셨네요!" 이런 격려가 지속성의 열쇠였다.


효과적인 가정들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 약국과도 연계했다. 우리는 AI 알림이 2시간 이상 오지 않으면 옆집 이웃과 동생에게도 연락이 가도록 설정했다. 다층 안전망을 구축한 셈이다.


단골 약국에 앱 사용 사실을 알렸더니, 처방전 받을 때마다 "앱에 잘 입력하셨나요?" 하며 확인해 주신다. 약사님이 "이런 기록이 있으면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적극 활용하고 계신다.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보건정책학과 정형선 교수는 2024년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독일은 AI 건강관리 서비스 비용의 7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며 "우리나라도 복약 관리 AI 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복약 관리를 넘어 수면 패턴, 운동량, 식사 기록까지 종합 관리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음성 인식으로 "AI야, 오늘 컨디션이 어때?"라고 물으면 대화를 나누며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는 서비스도 상용화됐다.


작은 걸음부터 시작하기

AI 건강관리가 부담스럽다면,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복잡한 AI 앱 말고 스마트폰 기본 알림 기능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처방전이나 약 봉투를 사진 찍어 등록하고, 알람을 설정하면 된다. 중요한 건 꾸준히 사용하는 습관이다.


혼자 하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설정하자. 함께 배우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부모님께는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우므로 가족이 함께하면 자신감도 향상된다.


단골 병원, 약국과도 상의해야 한다. 의료진들도 요즘은 이런 앱들을 잘 알고 있어서 구체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건강 관련 문제는 미리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 알림에 익숙해지면 혈압 기록, 운동량 측정 등으로 점차 확장해 나가면 된다. 한 번에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 하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AI와 함께하는 노년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된 지금,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기술이 가족의 따뜻한 관심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시간 동안 부모님을 지켜줄 든든한 파트너는 될 수 있다.

정부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AI 기반 노인 건강관리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층 노인 가구에 AI 건강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AI야, 우리 엄마 좀 부탁해!"

이제 이런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친구로 받아들여 보자.


매일 저녁 7시, 이제 나는 더 이상 걱정스럽게 전화를 걸지 않는다. 대신 휴대폰 화면의 작은 초록색 체크 표시를 확인하며 미소 짓는다. "오늘도 잘 드셨구나."


그리고 마음 편히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 어떠셨어요? 뭐 재밌는 일 있으셨나요?"


이제 우리 대화는 약 이야기가 아닌, 더 따뜻하고 소중한 일상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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