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반도체_3.세계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5)

4장.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움직이나?

인문학적 반도체_반도체 공급망과 네온과 연기법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此無故披無)
이것이 생하면 저것이 생하고, (此生故皮生)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此滅故彼滅)

- 잡아함경(雜阿含經)

불교의 연기법(緣起法) 입니다. 

반도체에서도 연기법이 작용합니다.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이유 중 하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벌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공급이 않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은 처음일겁니다.

반도체 회로를 아주 미세하게 새기거나 깍거나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화학가스들이 필요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네온 가스입니다. 

네온은 공기 중에 0.00182%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희귀가스로,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사용되는 매우 짧은 파장의 자외선인 엑시머 레이저(Excimer Laser)를 발생시키는 가스(Gas) 의 원재료입니다.더 정확히는 노광 공정에 실제로 쓰이는 아르곤과 불소가 제대로 일하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것이 네온입니다. 심지어 밤 하늘을 밝히는 네온사인의 붉은색도 네온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네온의 70%정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옵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포스코에서 국산화에 성공하였듯이 네온은 대기 중에 아주 적은 양만 존재하여 기술만 있으면 지구상 어디에서나 추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도 만들지 않는 우크라이나에서 네온이 많이 생산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제철소 때문입니다. 제철소에서 강철을 만들면 그 부산물로 네온이 나오는데 우크라이나에는 이런 구식 제철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식량인 밀 뿐 아니라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에도 우크라이나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기론과 인과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연기는 의존하여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인이라는 직접원인(Cause)과 연이라는 간접원인(Condition)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지칭합니다.

반면에 인과론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이론으로 통상 인과관계에 의해 일어납니다.

인과관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한 변수가 변하면 다른 변수도 변하는 공동변화

둘째, 원인 변수의 발생은 결과 변수의 발생보다 선행해야 한다는 시간적 선후성

셋째, 다른 가능한 원인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외생변수의 통제

가  그것입니다.

새벽녁 풀잎에 맺힌 이슬은 네온과 함께 공기중에 떠다니는 수증기라는 직접원인과 일교차와 바람이라는 간접원인에 의해 생겨납니다. 그것도 아침까지 잠깐 머물다 갑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연기법은 공이요 무아며 중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