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반도체의 미래는 어떨까?
양자 컴퓨터는 무엇일까요?
양자 컴퓨터를 알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야 합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만든 컴퓨터입니다. 반도체는 전자의 이동에 의한 논리회로로 움직입니다. 논리회로, 즉 게이트(gate)의 연산에 의해 움직이듯이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신기한 이동에 의해 움직입니다.
양자는 물질이 갖는 에너지양의 최소 단위입니다.
반도체 작동원리에서 원자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했는데 양자는 원자속의 물질인 전자,양성자 등 더는 쪼갤 수 없는 구조의 빛 알갱이를 말합니다. 양자란 어원은 "quantus"에서 유래합니다. 이는 라틴어로 "how great'라는 뜻으로, 마지막 르네상스맨이라 불리운 천재 물리학자 겸 생리학자 겸 철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트(Hermann von Helmholtz)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자는 아주 독특한 성질머리가 있습니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중첩이란 하나의 양자가 여러 상태를 동시에 취하는 중첩된 현상을 말합니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물질이 하나의 상태에 있지만, 양자물리학에서는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인 것처럼 두 상태가 중첩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는 논리게이트가 0과 1의 비트(bit)로 정보를 표현하고 계산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0과 1을 동시에 처리합니다. 2큐비트는 동시에 네 가지 상태를, 4큐비트는 동시에 16가지 상태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은 큐비트 수가 N이라면 2의 N제곱이 되어 큐비트 수가 2이면 4개, 10이면 1,024개의 연산이 가능합니다. 즉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양자 얽힘은 고전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입자들 간의 특수한 상관관계로, 예를 들어 두 개의 얽힘 상태에 있는 입자들이 있을 때 하나의 입자 상태가 결정되면 입자 간의 거리와 상관없이 다른 입자의 상태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서로가 아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하나의 양자를 관측(측정)하면 다른 양자에게도 눈 깜짝 할 새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양자컴퓨터란 이런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을 사용하여 양자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계산 처리를 하는 차세대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계산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 입니다.
첫째로 계산 처리의 스텝 수, 즉 논리 게이트의 수를 줄이기
둘째로 계산 처리를 수행하는 회로의 클럭 주파수 높이기, 즉 1초간 처리하는 신호 수 늘리기
셋째로 멀티코어, 즉 코어를 여러 개 나열하여 병렬 계산하기
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컴퓨터가 전자를 이용하여 계산하는 한 더 이상 클럭 주파수를 높일 수 없고 세번째 방법인 멀티코어 방식은 멀티화할수록 에너지가 증대됩니다. 결국 첫번째 방법인 양자의 신비로운 현상으로 논리게이트를 줄이는 방법을 씁니다.
양자컴퓨터는 여러 개의 양자비트 간에 양자얽힘을 생성해서 계산을 합니다. 양자가 가진 파동으로서의 성질에 의해 양자얽힘이 생성되어 양자비트간에 간섭이 일어나, 이로 인해 파동이 합쳐지거나 상쇄되거나 하여 매우 적은 스텝 수로 답을 도출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빠르지만 소비전력도 획기적으로 낮습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대량의 트랜지스터의 NAND 게이트에 의해 구성되는데, 문제는 NAND 게이트를 사용하여 논리 연산을 할 때마다 전기에너지가 소비되고, 남은 전기에너지는 열에너지로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NAND게이트로 구성된 논리회로를 전자가 이동하면서 계산 처리를 하는데, 입력시에는 에너지 상태가 높고, 출력시에는 에너지 상태가 낮아 그 차이가 열에너지로 배출됩니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입 출력시 에너지 상태가 같아 열에너지가 방출되지 않아 큰 폭으로 소비 전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저전력에 처리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빠른 양자컴퓨터는 대량 생산되지 않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어려워서 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 특유의 신비로운 현상을 이용함으로써, 초병렬 계산 처리를 수행합니다. 그래서 계산 처리중에는 이런 상태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중첩 상태는 열 등의 외부 영향에 의해 쉽게 깨집니다. 이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중첩 상태가 깨짐으로 생기는 오류를 어떻게 정정하는가 하는 ‘양자 오류 정정의 실현’이 매우 중요한 과제중 하나입니다.
구글은 2019년에 53큐비트의 양자 컴퓨터 시커모어를 공개했는데 기존 최고 성능의 수퍼 컴퓨터가 1만년 걸릴 과제를 약 200초면 풀 수 있었습니다. 양자 컴퓨터 성능이 기존 수퍼 컴퓨터를 넘어서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에 도달했다고 입증한 건 시커모어가 처음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앞으로5~10년 사이에 양자 컴퓨터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암호화를 깨뜨릴 것”이라고 했지요. 10년쯤 후엔 양자 컴퓨터로 가상화폐도 훔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비트코인 투자는 하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겁니다.^^
전자 지갑에 있는 가상화폐를 해킹하는 데 필요한 양자 컴퓨터 성능은 약 1000만 큐비트로 추정됩니다. 현존하는 최고 큐비트의 양자컴퓨터는 IBM이 개발한 127큐비트 수준의 범용 양자 프로세서 ‘이글(Eagle)’로 1000만 큐비트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그런데 글로벌 리스크 인스티튜트(GRI)가 올해 1월 발표한 양자 위협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는 앞으로 10~15년 안에 1000만 큐비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창이 새로 개발되면 당연히 이를 막는 방패도 더 진화합니다. 양자역학의 특징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암호 체계인 양자 암호 개발도 한창입니다.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세계 최초로 국가 기간 통신망에 양자 암호 기술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지요.
양자암호는 양자통신으로 이루어지며 양자통신은 양자얽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양자통신은 에너지의 최소 단위인 단일 광자, 즉 양자의 물리적인 특성을 활용해 정보를 암호화해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양자암호는 무작위 난수로 생성되고 한 번 읽을 수 없어 이를 알고 있는 송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암호화된 정보를 읽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도청 시도가 있어도 양자 상태가 흐트러져 정보를 읽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런 특징으로 양자통신은 복제나 감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차세대 통신 기술, 국방·안보 핵심기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