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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Apr 03. 2023

[서평]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인간과 바이러스 미생물과의 전쟁, 그 치열했던 역사 속으로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 인간과 바이러스 미생물과의 전쟁, 그 치열했던 역사 속으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니 오히려 더 불안하다.

일상으로 회복이라는 안도감도 흘러나오지만 아직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생존해 있고, 내가 감염되면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


마스크를 벗고 쓰기는 개인 자유에 따라 실행하면 되지만, 최소한 기침할 때 입이라도 막고 하면 좋겠건만 과거의 습관대로 남은 무시하고 허공에다 침 방울 튀기는 사람도 눈에 자주 띈다.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하지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3년간 감기몸살 한 번 없이 건강한 일상을 보냈다는 작지만 큰 장점을 떠올려보면 마스크의 고마움이 새삼 와닿는다. 


역사책에서나 등장하던 팬데믹을 온 몸의 현실 버전으로 겪고 나니 바이러스라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지식의 축적 역시 긍정 어린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학구열일지 모르겠다. 

세계인의 건강이 위협받을 때 제약회사들이 떼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을 좋게만 볼 수 없었지만, 이번 팬데믹에서 돈은 얼마든지 가져가고 백신을 내 놔 라는 각 국 정부의 외침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에볼라"부터 미생물의 역사 속으로는 우리는 발걸음을 들여놓는다.

50%를 훌쩍 넘는 치사율은 에볼라가 얼마나 두려운 질병인지 바짝 긴장하게 된다.

코로나가 이 정도의 치사율이었다면 전세계 어떤 나라도 정상국가로 복귀는 쉽지 않았으리라 안도감도 든다. 

아프리카 지역을 휩쓸었지만 에볼라는 그나마 다행히 전세계로 확산은 차단할 수 있었다.


직전 인플루엔자 유행을 너무 빨리 위험 단계로 진입하여 욕을 잔뜩 처먹었던 WHO는 에볼라에 대해서 더딘 행보를 하게 되었다. 이는 확산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었고 또 욕을 먹었다. 20년이 훌쩍 넘어 WHO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줄 누가 알았을까? 더군다나 발생지인 중국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는 황당한 의사결정은 장기간 모든 국가를 신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나마 혁신된 의료 예방 기술 덕에 의료진 감염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코로나를 극복해온 우리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에볼라 유행 당시에 수많은 의료진이 무방비 상태에서 쓰러져갔다는 내용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듯, 에볼라 역시 명확히 지목하지는 못한다. 다만 높은 확률로 박쥐를 지목하고 있다. 창궐한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박쥐를 식용으로 활용해왔다고 하니 확률을 따져보면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박쥐를 먹어왔는데 왜 지금에서 문제가 되었을까 의심스럽다.


자연파괴가 모든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무분별한 산림파괴와 자원개발로 서식지를 잃어버린 바이러스 잔뜩 머금은 유해 박쥐가 세상 사람들이 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오랫동안 지하에 묻힌 채 때를 기다리던 트라이포드가 연상된다.

결국 죽음의 원인제공자는 탐욕에 눈 먼 인간 우리 자신이었다. 


미생물은 우리 몸 안에도 충격을 줄 만한 숫자가 공존하고 있다.


혀에는 7,947종, 목에는 4,154종, 귀 뒤쪽은 2,359종, 대장 3만 3627종, 여성 생식기 입구 2,062종

미국 브라운대 수잔 휴즈 연구팀의 분석은 놀랍기만 하다. 


물론 미생물들은 소화를 돕고 세균을 죽이는 지구 방위대의 역할을 하는 무리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인체를 죽음의 무덤을 끌고 가는 나쁜 존재들도 수명을 갉아먹으며 살고 있다.


한국사람의 40%가 감염되어 있다는 헬리코박터는 이름은 친숙하지만 악영향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위암의 확률이 보균자의 경우 5배나 된다는 의학 논문을 읽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녀석은 꽤나 독한 제균제를 통해 박멸은 가능하다. 문제는 요즘은 덜해졌지만 동료들끼리 찌개에 숟가락을 텀벙 넣어 같이 먹는 한국 특유의 음식문화로 재감염 될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치료를 마냥 미룰 일은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진다.

처음 균의 정체를 밝히고 노벨상까지 거머쥔 배리 마샬 박사가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활용해서 연구를 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흘러나온다. 

책 말미에는 새로운 질병의 격전지가 될 지역 두 군데를 설명한다.


중국, 아프리카


이미 기존의 수많은 질병의 원천이 된 지역이자 앞으로도 걱정스러운 지역이라는 지적이 가슴을 후빈다.

바로 우리와 국경을 같이 하는 지역인 중국의 위생상태와 가짜 식품의 창궐은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니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 초기에도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치열했던 기억이 난다.

과연 중국인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었을까 의심이 들만큼 글로벌화된 세계와 밀접국이라는 교집합은 앞으로도 우리의 건강이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일지 모르겠다. 

미생물의 역습은 우리가 뭘 준비하고 대처한다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영역의 전쟁이다.


우리가 항상 승리를 했다는 자신감은 단 한 번의 실패로 종말로 마무리된다.

디스토피아의 어두운 미래를 그린 영화들의 주제는 사실 두개로 귀결된다.

핵과 바이러스.

그만큼 가능성이 높은 인류 절멸의 신호탄들이다.


그렇다고 당장 내일을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이런 위협의 시작은 바로 우리 인간의 욕심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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