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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Jan 08. 2024

진심이 만든 결 - 리들러

Best IR, 인터뷰

진심이 만든 결 



리들러 님은 10여 년간 중견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며 다양한 조직형태를 경험했다. 인터뷰를 통해 각 조직별로 IR의 차이는 뭐가 있었는지 살짝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리들러 님이 지켜내고자 한 진심의 결을 함께 느끼는 인터뷰가 되었으면 좋겠다.


Interview Point


1.     기업 규모 및 성격별 IR의 특징

2.     이직 조언 & 면접 시 참고할만한 꿀팁

3.     IR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태도



Q.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을 경험하셨어요. 규모별, 산업별 차이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정말 큰 차이가 있죠. 우선 규모만 보면 중견기업은 아무래도 커가는 단계에 있던 조직이어서 다양한 성장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던 것 같아요. IPO며 자금조달이며 이슈가 많았죠. 벤처기업의 경우 IR 공시와 관련된 모든 일이 담당자인 저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책임감이나 중압감이 컸어요. 바이오 벤처라는 산업의 특징도 한몫했던 것 같고요. 현재 다니고 있는 대기업은 업무의 프로세스스와 각각이 맡은 영역이 이전 기업들에 비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결국에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각각의 장단점은 어쩔 수 없이 모두 존재하는 것 같아요.  

 

Q. 많은 중소. 중견 기업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선망하는 커리어 흐름을 가지고 계시지 않나 싶은데, 이직을 생각 중인 다른 IRer 들에게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나 이직 조언 같은 게 있을까요?

 저는 이직할 때 어떤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한 적은 없어요. 한계가 느껴질 때는 내려놓고 쉬기도 했고, 그 와중에 기회가 오면 잡기도 하고 가지 않으려던 길을 어쩌다 보니 가기도 했죠. 그래서 딱히 조언이라고 할만한 <좋은 회사 찾는 방법>이런 건 없어요. 

생각해 보면 공시나 이사회도 내가 어떤 회사에 머무느냐에 따라서 이슈별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밖에 없거든요. 연구개발 중인 바이오 벤처회사에서 [단일판매 및 공급계약 체결]* 공시가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저 내가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공시나 이사회 성격이 다를 수 있으니, 다소 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단일 판매 및 공급계약 체결. 해지 공시 : 익일 공시사항 

  - 코스피 : 계약금액이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5% 이상,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대기업은 2.5% 이상

  - 코스닥 : 계약금액이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10% 이상(금액 3억 원 이상 계약 한정) 

  +) 계약 금액이나 조건 등의 변경 시에는 사유발생 당일에 정정공시 


 면접 관련해서 팁을 드리자면, 면접 가실 때 대부분은 해당 회사의 최근 기사만 검색해 보고 가시는데, 이미 공표된 사실이나 한정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홍보 차 알려진 데이터잖아요. 그래서 그 자체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가 가진 어떤 관점이나 뷰가 중요하죠. 시간이 없어 생각하지 못했거나 접근하기 어려우시면 유튜브에 해당 회사를 검색해 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개인 주주분들이 분석해 놓은 자료들도 꽤 임팩트가 있을 수 있거든요. 면접관이 특히 재무관리 쪽에 특화되신 분이라면 재무적 지표를 해석한 개인적인 의견이나 관점 자체를 더 관심 갖고 높이 봐주시더라고요.       


 Q. 경험했던 세 곳의 조직 중 가장 좋았던 조직과 힘들었던 조직을 꼽아볼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경험들을 많이 만들어 줬던 벤처기업에서의 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회사 특성상, 시차 때문에 새벽공시* 할 일이 많았었는데, 당일 공시 건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요. 저는 정보를 전달받는 입장이다 보니 위에서나 해당부서에서 알려줘야 하는데, 상사분이 공시 건이라고 생각을 못하거나, 전달받는 부서 담당자가 저에게 말해주는 것을 놓치면 문제가 생기게 되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소통의 부재들로 인해 근무하는 불성실공시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어요. 하하. 담당자는 오롯이 저 하나뿐이니, 공시 관련해서 일이 터지면 항상 담당자 탓이 되더라고요. 


*) 공시시한 

 - 당일 공시 사항 : 사유 발생 당일 (당일 18:00 또는 익일 07:20까지)

 - 익일 공시 사항 : 사유 발생 익일 (익일 18:00까지) 

 +) 새벽공시 

 - 공시시한을 놓쳤을 경우 다음날 7시 30분 이전까지 접수된 건에 한해 전일 공시한 건으로 인정  

 - 위 사례처럼 시차로 인해 한국시점 1월 5일 밤 9시에 당일공시 건이 생겼음을 통보받은 경우 거래소에서는 업무 종료 이후라도 1월 5일 당일에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보므로(통보받은 시간이 있는 내용을 증빙함) 늦어도 1월 5일(1월 6일 새벽)에 공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사유발생 일자’를 사전에 인지하고 미리 준비해, 즉시 통보받아 공시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함. 


Cf) 조회공시 시한

 +) 풍문 또는 보도 

   - 오전에 조회공시 요구한 경우 : 당일 오후까지 

  : 보도 내용의 경우 금감원 담당자들이 주요 일간지에서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검토하여 거래소 담당자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함. 

  : 따라서 주요 일간지에(산업지 포함) 기사보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 답변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음.

  : 미확정인지, 인정하고 공정공시를 낼건지, 부인할 건지(번복하면 불성실공시가 되므로 주의)


  - 오후에 조회공시 요구한 경우 : 익일 오전까지 


+) 시황 급변에 관한 조회 공시 : 1일 이내 


그런 의미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게 됐던 곳도 벤처기업이었어요. 

 벤처 전 직장이었던 중견기업에서는 조직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빨리 성장하면서 주가가 올라, IR미팅이나 친목 목적의 저녁식사 자리가 많았어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돌이켜보면 저에게 양날의 검처럼 독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조직이 계속 커지면서 공시나 이사회 같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들은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맡기고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IR에 썼거든요. IR 이외의 일들은 기본적인 흐름이나 단순한 부분만 알뿐, 세부적인 절차나 실무상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알지 못했죠. 벤처기업에서 혼자 공시/IR/이사회를 담당하면서 다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파고들면서 제대로 알게 됐어요.  또,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처음 접하는 용어들이 많아서 의학, 생물학, 약학 관련 공부를 하느라 한동안은 주말마다 카페에 앉아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애널리스트나 기자들을 만나 즐겁게 IR을 했었고,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고 소개받고 하면서 정말 인간적으로 많이 친해졌어요. 섹터를 옮겼는데도 연락 주시고 함께 고민을 나눌 때는 인간적인 따뜻함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Q. 기자나 애널리스트들은 필요에 의해 공생하는 관계이기도 하잖아요. 리들러 님은 그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죠. 실제로 그저 일 적인 관계에서만 선을 긋는 분들도 분명 계시고요. 그런데 저는 사람 대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결국 진심이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만나는 사람마다 그 나름의 결이 존재하고요. 최소한 저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해요. 조금 강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만난 저와 지금의 저는 여전히 한결같은 사람입니다.’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 IR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 한다는 표현이 조금은 어색하게 들려요. IR을 하다 보면 시장 추정치와 실제숫자의 갭이 너무 크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합의한 홍보방향과 미공개정보들이 많아서 미팅하다 보면 종종 살얼음판 걷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 않나요? 

 아, 그런 경우도 있죠. 나는 시장의 정보와는 다른 정보를 알고 있지만 줄 수 없을 때, 그럴 때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생각이 많아지겠지만 팩트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때를 기다리면, 그 순간은 오는 것 같아요. 만약 시장에서 많은 노출이 이뤄졌다면 분위기 정도의 언급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진심을 다하라는 게, 진실만을 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만났을 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하라는 것이었어요. 이 관계를 유지하다가 어떤 일이 터졌을 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인프라가 쌓여 있다면 그것만큼 든든한 지원군이 또 없거든요. 


Q. IR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을 좋아해야만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IR을 하는 모두가 꼭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저의 경우는 사람 좋아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복잡할 것 없이 그저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일 뿐이에요. 

 보통 자본시장 참여자에 대한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지만, 반대로 좋은 분들도 너무 많아서 그렇게만 바라보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예전에 여의도에 어떤 분이 술김에 하신 말씀 중에 하나가 ‘이런 차가운 곳에서 그렇게 따뜻하게 IR을 어떻게 하려고 해.’ 하셨던 적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순진했나 싶기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실제 숫자를 말하고 그래서가 아니라 사람을 대할 때, 이용하려고 하거나 간을 보려고 하거나 의도를 숨기고 대하지 않았었거든요. 제가 IR을 처음 배웠던 중견기업에서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진심을 다하려고 해요. 고마운 일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지키기로 한 약속은 꼭 지켜내죠.  

 

Q. 그렇게 지금까지 IR업무 해오시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세요? 

 예전에는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역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이제 추가적인 역량 정도로 해두고 싶어요. 가장 먼저는 산업의 흐름과 숫자를 기반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관심과 재무회계 지식이 제일 중요한 것 같고, 그다음이 커뮤니케이션 스킬인 것 같아요. 내부든 외부든, 위든 아래든 소통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물론 이건 어느 업무나 그렇긴 하겠네요.

 

Q. 마지막으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 조금 더 따뜻해지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본이 오가고 숫자가 오가는 삭막한 주식시장에서 주주 및 관계자 또는 부수적인 일들로 많이 지치시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며 한번 더 따뜻해져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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