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IR 인터뷰집
엄두님은 10년 이상의 IR 경력자로 여러 산업군을 경험한 뒤, 현재는 소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엄두님이 경험했던 다양한 산업들 간의 차이점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가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Interview Point
1. 소비재 산업의 매력
2. I R 전략의 필요성
3. 미래 커리어에 관한 조언
Q. 다양한 산업군을 경험하셨어요. 경험해 보신 산업마다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제약/바이오, 엔터/게임 같은 경우는 제조업이나 소비재 회사에 비해 성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물론 어떤 업종이든 실적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전자의 경우 ‘출시되는 무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성패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따라서 주주들의 관심도나 주가의 변동폭이 굉장히 크고 사소한 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죠. 후자의 경우는 시장이나 산업의 동향, 판매계획 등을 기반으로 IR전략을 수립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적 분위기가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정부의 규제나 제약, 글로벌 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도 IR을 할 때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게임 같은 경우는 소비층 자체가 청소년을 제한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것도 소비재에 비해 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Q. 지금 하고 계시는 소비재 산업에 가장 오래 근무하셨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전에 경험한 산업군들 보다는 저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IR 담당자로서는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특정 산업에 관심이 생기면 정말 푹 빠지거든요. 충분히 그리고 깊게 이해하려고 해요. 그런 면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소비재는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환경자체가 트렌드에 민감하다 보니 그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어떤 전략을 구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워요.
Q. 전략이라 함은 IR전략 말씀이신가요?
IR전략도 그렇고 회사내부적으로도 어떤 전략을 짤 때도 도움이 돼요.
우선 아시겠지만 우리가 상대하는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 분들과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으려면 우리 회사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걸로는 부족해요. 이 회사가 기반을 두고 있는 산업을 이해하고 시장환경이 어떠한 상황인지,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투자자들과 신뢰를 쌓고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주고받으며 토론할 수 있는 IR 미팅을 진행해야 좋은 IR미팅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 내부의 전략을 짤 때도 마찬가지죠. 좋은 IR전략이 나오려면 PR이나 경영기획/전략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 파악한 정보들을 가지고 회사 전체의 좋은 방향성을 수립해 볼 수도 있죠. 규모가 좀 큰 회사면 각 팀별로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 IR이 그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 같은 경우 시장이나 산업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신규 투자검토도 하고 있고 신규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발견되면 관련 내용도 정리해 경영진에게 보고하기도 하죠.
Q.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네요.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다면요?
저는 트렌드 관련해서는 해외 경제지를 주로 봐요. 국내 시장도 해외시장을 대략적으로 따라가거든요.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해외 기사를 번역해서 내는 경우도 많아서 기본적인 시장 흐름을 보려면 먼저 읽어보고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국내보다 해외 기업들이 IR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해외경쟁사의 IR자료도 풍부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고 관련 책들도 많이 봐요. 그래야 시장성장성, 점유율과 같은 기초적인 자료 파악도 되고 경쟁사대비 우리 회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사업부에 가서 정보를 얻고자 할 때에도 ‘저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라도 알려주세요’가 아니라 ‘요새 시장상황이 이렇던데, 우린 어때요?’가 될 정도로 스스로 스터디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내부에서도 더 좋은 정보를 얻어 낼 수 있고 외부 투자자들과 대화할 때에도 신뢰를 줄 수 있어요. 어떤 자료든 여러 가지를 접해보면서 스스로 관련 지식들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무적인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업을 잘 아는 것이 재무적인 것 이상으로 중요할 때가 있거든요. 투자자들이 주요하게 여기는 몇몇 숫자들은 미리 공부해서 설명하면 되고, 시기별로 특이사항이 있는 숫자들은 그때그때 파악하면 되죠.
Q. 회사의 경영진이 IR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신가 봐요?
아니요. 처음에 지금 회사 왔을 때는 최대주주 지분이 높기도 하고 적극적인 IR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회사라 IR에 굉장히 보수적이었어요. 그래서 오자마자 했던 일이 ‘왜 IR이 필요한지, 어떤 전략과 원칙을 가지고 앞으로 IR을 할 건지’에 대해서 PPT로 만들어 공유했었어요. 그때 외부에서는 우리 회사에 대한 기대가 커서 IR에 대한 요구는 많았는데 내부에서 제한하고 있는 형국이었거든요. 내부 경영진들은 ‘이거 왜 하는 거냐, 꼭 해야 하는 거냐’ 말들이 많았는데 설득하고 방향을 전환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러셨군요. 혹시 IR이 필요한 이유를 뭐라고 설득하셨었나요?
주요 논지는 ‘IR을 하면 우리 회사가 더 잘 될 수 있다’ 였어요. 단순히 주가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앞으로 가야 하는 부분들, 잘하고 있거나 부족한 부분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창구로서 IR이 기능할 수 있고, 우리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외부적인 자료도 내부적으로 더 많이 보고할 수 있게 되잖아요?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외부적인 의견과 정보들을 많이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피력했어요.
Q. 앞으로 몇 년 뒤의 커리어를 좀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CFO나 IR Specialist 정도만 생각해 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어요. 요즘에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부서도 있고 기존에 없던 형태의 조직들을 필요로 하기도 하잖아요. 너무 지금의 내 업무만 고집하기보다는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포용적인 마인드로 회사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오히려 제가 회사생활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그렇게 다양한 업무들을 접하고 경험해 보아야 어느 정도 위치에서 전략을 세우고 이끌어 갈 때에도 내부적인 협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전사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Q. IR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미래 모습을 많이 고민해 보곤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인 것 같아요. 혹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까요?
후배들에게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경험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고 싶고요, 앞서서 IR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면 회사를 잘 선택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사실 IR이라는 직무가 회사나 소속팀마다 업무 성격도 너무 다르고 어느 회사 IR이든 배우고 파악해야 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일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상장사를 경험한다는 생각보다는 IR을 활발히 하고 있는 회사를 선택해서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바쁜 회사의 IR을 빠르게 경험하다 보면 일의 퀄리티 자체는 기대에 못 미쳤어도 분명 내 것이 되어 있거든요. 퀄리티는 연차가 높아지면서 점점 높일 수 있으니까 새로운 일들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조금은 편안하게 ‘해볼게요!’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양한 선배들을 만나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다 보면 분명 더 나은 관점이 생기고 새로운 길이 하니까 여유가 된다면 그런 커뮤니티도 적극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