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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Dec 19. 2018

프라하에서 만난 사람들

프라하 사람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체코, 인종차별도 많고 사람들도 다 무시한다던데?


동유럽으로 흔히 분류되는 체코는 공산주의 체제에 있던 나라라 그런지 (실제로 현재 체제의 민주주의 국가가 된 역사는 내 역사보다도 짧다.) '인종차별'이 생각보다 만연하고, '불친절'한 나라라는 말들을 꽤나 많은 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근사근한 매너가 몸에 밴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과 다르게 대부분 무뚝뚝한 편이라고들 한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실제로 프라하 사람들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건지 옳고 그름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만난 프라하 사람들은 적당히 친절했다.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오늘은 프라하에서 생활하는 동안 만났던 체코 사람들과의 일화를 몇 가지 풀어볼까 한다.






첫 번째로 만난 체코 사람은 프라하 하벨 공항에 미리 예약해두었던 픽업 차량 기사님이었다. 반년치 살림을 들고 오니 (아무리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며 다 덜어내고 온다고 했지만) 이민가방에, 꽉 찬 40리터짜리 배낭에 짐이 말이 아니었다. 머쓱해하는 내게 자신은 괜찮다며 미소를 잃지 않고 짐을 옮겨주고, 시내로 나가는 동안 프라하 이곳저곳을 보여주시며 열심히 설명도 해주셨다. 프라하에 오래 있을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 좋은 사람들만 만나길 바란다며 행운도 빌어주셨다. 아, 그리고 관광지 쪽 어디 어디에 있는 환전소는 이른바 관광객들 등쳐먹는 환전소니 절대 가지 말라고 콕 집어주셨다. 덕분에 프라하에 대한 첫인상이 참 좋았다.



프라하에 온 것을 환영해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두 번째는 조금 웃긴 사연인데, 프라하에 있는 팔라디움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아이쇼핑을 하던 중이었다. 옆에 있던 중년의 여성분과 노란 체크 원피스를 보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같은 스타일의 체크무늬의 크기만 다른 원피스가 하나 더 있었다. 우연찮게 그 여성분과 나 모두 두 종류의 원피스를 번갈아보며 뭐가 더 괜찮은가 고민을 하던 찰나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순간 머쓱해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그분이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체코어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분은 영어를 못하는 눈치였고, 나는 체코어를 전혀 못하는 상황. 두 종류의 원피스를 모두 가져와 하나하나 자기 몸에 대보더니 뭐라 뭐라 말을 하시는데, 아 이거 딱 봐도 '뭐가 더 잘 어울리는지 하나만 골라줄래요?' 아닌가! 나는 활짝 웃으며 그분께 더 어울리는 큰 체크무늬의 원피스를 골라드렸다. 그분도 만족스러운 미소로 '데쿠유'(체코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라고 하고 가셨다.


다시 생각해보니 참 유쾌하신 분이다. 그분이 입을 원피스 일지, 내 또래에게 선물할 원피스라 내게 물어보신 건지 알 길은 없다만, 누가 봐도 까만 머리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초면인 동양인에게 '옷 좀 골라줘!'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흔한 일은 아닐 거다. 인종차별 많이 한다던 체코 사람들에 대한 내 편견 또한 많이 사라지게 되는 계기였다.






도브리덴! 데쿠유!


물론 프라하에 인종차별을 하는 체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팁을 강요하며 불친절한 레스토랑도 있을 거고. 내가 운 좋게 좋은 사람들만 만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웃는 사람 얼굴엔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던가. '도브리덴(안녕하세요)'이라는 그들의 모국어로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데쿠유(감사합니다)'로 감사 인사를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어찌 보면 그 사람들도 무뚝뚝하고 싶어서 무뚝뚝한 게 아니라 외국인과 말하는 게 긴장된 게 아닐까? 혹시 우리가 그 모습을 오해한 게 아닐까?





웃는 얼굴엔 침 못 뱉지!


어느 나라를 여행 갈 때에 그 나라 언어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는 미리 익히고 가는 편이다. 아직 어색하지만 그들의 언어로 웃으며 인사를 건넬 때에 돌아오는 것은 그들의 미소였다. 어느 나라건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나 보다. 앞으로도 더 많이 웃고 다녀야겠다. 웃으면 복도 온다니까!


어쨌든 프라하에 도착한 첫째 날 만난 기사님의 주문이 통했는지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는 프라하. 이렇게 하루하루 프라하에 스며들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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