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누구일까요?’
김희경, 『나는요,』(여유당, 2019)
푸른 동물 모양 구름이 하얀 하늘 위를 한가롭게 흘러간다. 그 속에 표범 같기도 하고, 치타 같기도 한 동물이 뒤돌아 앉아 있다. 어떤 동물일지 궁금하다. 그 동물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표지를 열면 푸른 귀와 붉은 귀를 가진 토끼 한 마리를 또 만나게 된다. 마중 나온 토끼의 알록달록한 모습에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그 궁금증들이 커질 때, ‘나는요, 나는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던져진 이 질문 위로 다양한 색깔 점들이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어디론가 안내하는 것처럼 흩날리고 있다.
곧 그 색깔 점들은 동물들로 변하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깜짝깜짝 잘 놀라는 겁이 많은 사슴, 자신만의 공간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무늘보, 처음에 도전할 때 온몸이 떨리는 날치, 자주 화를 내지는 않지만, 화내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닌 코뿔소, 가끔 자신이 있을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백곰, 마음까지 따뜻할 정도로 추위를 서로 막아주는 펭귄 등이 ‘나는 이래요’라고 말해준다.
동물들이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 낯설지가 않다. 그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내’ 안에 모두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겁이 날 때도 있고, 도전이 두려울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고, 혼자 있을 때가 좋기도 했다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가 좋을 때도 있다.
동물들이 발자취를 남기며 한 아이에게로 갔다. 아이에게는 색이 입혀지지 않았다. 하나의 색으로만 아이를 표현할 수 없다. 아이는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혹은 아이의 마음에 따라 그때그때에 맞춰 아이의 모습이 나올 것이다.
다양한 색깔 점이 다양한 모습으로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하나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https://youtu.be/6BcY4te-cmQ?si=xT0iU4hIdtK4Zw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