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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Oct 19. 2024

경청의 중요성

: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마수드 가레바기, 이정은 옮김,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풀빛, 2024)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물총새가 있었다. 아빠 물총새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울 때도 이 어린 물총새는 계속 떠들기만 했다. 아빠 물총새가 어린 물총새에게 조용히 말했다. 



“네가 말을 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다.”



어린 물총새는 아빠 물총새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물고기 잡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어린 물총새는 자신이 떠들 수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어린 물총새가 찾은 친구들은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먹고 있는 앵무새들이었다. 어린 물총새는 이들과 신이 나게 수다를 떨었다.



어린 물총새와 앵무새들은 수다를 떠느라, 사냥꾼들이 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쉽게 이들을 잡을 수 있었다. 이들은 낯선 곳으로 옮겨져 아주 커다란 새장에 갇혔다. 



어린 물총새는 앵무새들과 의논해서 탈출하려고 했지만, 앵무새들은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했다. 사냥꾼이 먹이를 주러 새장으로 들어왔을 때만 앵무새들은 잠시 조용해졌다. 어린 물총새는 커다란 새장 속의 또 다른 새장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평생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어린 물총새는 더 이상 떠들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 앵무새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앉아 주의 깊게 듣다 보니 탈출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앵무새들이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하는 것을 어린 물총새가 퍼즐처럼 맞추게 된 것이다. 결국 어린 물총새는 새장을 열었다. 그리고 앵무새들에게 나가자고 외쳤다. 하지만 어린 물총새의 목소리는 앵무새들의 떠드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어린 물총새가 자신을 걱정한 부모님께 자신은 남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다. 상대가 말할 때, 자신이 할 말만 생각하다가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말을 쏟아만 낸다면, 상대 또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화는 자신의 말도 공중에서 흩어지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놓치게 될 것이다. 경청이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화의 시작은 자신의 말부터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듣는 것부터인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대화는 상대의 말을 기다려주는 여유와 상대를 향한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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