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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Oct 05. 2024

‘그래! 나 개구리다!’

: ‘개굴’‘개굴’‘개굴’

장현정,『그래봤자 개구리』(모래알(키다리), 2023)     




책 표지에 손바닥만 한 개구리 한 마리가 책 속에 들어앉아 있다. 두꺼운 종이에서 개구리 모양으로 잘린 개구리가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개구리 몸 군데군데 얼룩진듯한 검은 점이 있다. 하얀 책 표지 덕분에 이 검은 점들에 시선이 집중된다. 



책 표지를 열면 개구리 몸에 있던 검은색은 점이 아니라, 개구리 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많은 검은 알들 속에 파란색 알이 눈에 띈다. 뭔가 특별해 보인다. 함께 태어난 다른 개구리들과는 다른 특별한 개구리가 될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 파란 개구리 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어떤 것도 자신이 결정하지도 못했고, 예상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파란 올챙이가 되었다. 



올챙이가 되었다고 세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물고기의 밥이 되지 않기 위해 파란 올챙이는 최선을 다해 헤엄을 쳤다. 그리고 비로소 다리가 생겼을 때, 날기를 바랐던 파란 개구리는 용기를 내어 힘껏 뛰어올랐다. 물속에 있던 파란 개구리가 물 밖으로 나왔다.      





파란 개구리도 다른 개구리들처럼 ‘개굴,’ ‘개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야 파란 개구리는 자신이 개구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물 밖에는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새, 뱀,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파란 개구리도 그 동물들 앞에서는 한낱 그들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파란 개구리는 그 동물들을 피해 풀숲에 숨었다. 



파란 개구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알에서 올챙이가 되었고, 개구리가 되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마치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된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쁨이 오래가지 못한 채,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동물들을 피해 수풀 속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굵은 먹선으로 그려진 검은색 울창한 풀숲은 파란 개구리를 더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숨죽여 있던 파란 개구리가 얼마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뭔가를 결심한 듯이 고개를 번쩍 들고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 나서 크게 소리쳤다. 





“그래! 나 개구리다!” 



목구멍이 보일 듯이 크게 외쳐대는 파란 개구리 소리에 풀들이 쓰러져 누웠다. 파란 개구리는 그동안의 설움, 불안, 두려움을 세상 속에 쏟아내듯이 ‘개굴,’ ‘개굴’ 목놓아 울어댔다. 물 밖에 나왔을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오랫동안 울어댔다. 마치 이것이 개구리라는 것처럼 말이다. 파란 개구리는 개구리답게 수많은 알을 낳았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날아올랐다.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로 그려낸 어둠의 시간과 역동적인 개구리의 모습은 고난을 이겨내고 한층 성장한 파란 개구리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그래봤자’라는 말을 강렬하게 밀어내고 있다.  



파란 개구리의 삶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귀하게 태어났지만, 세상을 알지 못해 두려워하고, 자신이 어떤지 알지 못해 또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에 움츠릴 때도 있지만, 자신의 모습을 찾아 용기를 내어 꿈을 향해 또 도약한다. 


 

파란 개구리는 물속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힘차게 뛰어오르면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늘을 날 수 없는 개구리지만 힘차게 뛰어오르면,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파란 개구리를 응원하게 된다. 여기서 모두 파란 개구리가 될 수가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봤자”가 아니라, “그래! 나 누구다!”라는 자존감이 자신의 인생에 용기를 부여하고, 그것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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