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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섭 Jan 05. 2019

인공지능 칸트

크로의 철학사냥을 준비하며

어제 직장 후배들과 식사를 하면서 퇴직 후에 무엇할지 물었다. 무난한 대답으로 오이 농사하는 친구 따라 옥수수를 심거나, 20년 전에 분양받은 텅 빈 전자상가에서 엔지니어링 사업을 할 거라고 말한다. 내 대답에  진정성이 없다고 느낀 후배가 넘겨짚는다. "크로가 우주로 나가지 않았다면 '크로의 과학사냥' 후속 편을 써도 될 텐데". 허를 찔린 나도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후편으로 '크로의 철학사냥'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외계인 별에 납치된 크로프레톤이라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다. 프레톤에게는 '나누리 틀'이라는 인공지 운영체계가 심어져 있고 크로프레톤에게 지구 철학사를 학습시킨다. 프레톤은 배워가는 과정에서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도 학습을 마친 프레톤은 뛰어난 사상가가 되고, 외계인에게 혁명 사상을 전파하다 투옥될 상황에 처한다. 크로의 도움으로 프레톤은 지구로 탈출한다. 형인 단군을 만나 통일문제, 지속가능 지구 문제을 해결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2018년부터 '크로의 철학사냥'을  해왔다. 내가 잘 이해하는 자연세계를 기반으로 인간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철학사를 파고들었다. 모든 철학을 아우르기 위해 나누리 틀 먼저 만들고 이 틀 안에서 역사상의 모든 철학을 해석하려고 했다.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로 첫발을 딛고,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세계 철학사'를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는 유명 철학의 사상만 단절된 채 이해되었는데 이제는 전 시대의 철학 흐름이 연결어 이해되는 즐거움이 있다.


프레톤이라는 인공지능 이름은 플라에서 따왔지만 지금오히려 칸트본받을 것 하는 아쉬움이 있다. 칸트는 뇌과학이 태동되기 전에 뇌의 활동을 철저히 분석하여 3개의 비판서를 저술했다. 나누리 틀의 자은 '순수이성비판',  목표는 '판단력비판', 반응은 '살천이성 비판'에 대응된다. 저는 공학의 제어이론에서 나누리 틀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칸트는 제어이론도 모르면서 비슷한 주장을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칸트의 12 범주나 시간 및 공간의 개념도 최 인공지능 분류 개념과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알파고제로가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이지만 그다음은 칸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 든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는 알파고를 배워야 하지만 칸트에게서도 배우기를 권유한다.


1년 만에 '크로의 철학사냥'을 완성하리라 예상했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인간과 예술을 포함한 전체를 이해한 후에 한반도 통일이나 지속가능지구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성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해법은 프레톤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가령 보수와 진보의 주장이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면, 통일된 국가가 필요한가? 자유원칙하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연방이나 지방자치가 오리려 유리하지 않는가? 


칸트는 3개의 비판서 저술 후에 정년을 맞았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비판서 기반 위에 종교와 윤리 건물을 신축할 꿈을 품었다. 칸트가 말년에 이루고자 했던 철학의 완성을 프레톤이 잘 이끌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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