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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pr 08. 2024

마흔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

20~30대 때에는 마흔이라는 나이가 굉장히 높은 벽처럼 느껴졌어요. 어른이라는 말이 느껴지는 나이였죠. 세상에서는 마흔을 꼰대니, "라떼~"니 하며 고지식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강요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세대로 비하하는데요. 어쨌든 마흔은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나이가 아닌가 싶어요.


불혹(不惑) :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나이별 이칭이 있어요. 15세는 지학, 16세는 과년, 20세 남자는 약관, 여자는 방년, 30세는 이립, 50세는 지천명, 60세는 이순, 61세는 환갑, 62세는 진갑, 70세는 고희. 마흔은 불혹이라고 하죠.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지 않는 나이라는 뜻인데요. 마흔이 되어보니 그 말은 틀린 것 같아요. 오히려 미혹(迷惑)이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한 번 정신이 헷갈려서 갈팡질팡하는 나이라고 말이죠.




또 한 번 갈팡질팡하는 나이


그동안 닦아놓은 사회적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나이가 마흔이에요. 직업, 재산, 가정이라는 열매가 여물고, 수확하는 시기라고 해야 할까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착실하게 살아왔다면 말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반들이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는 시기이기도 해요.


직업적으로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살아야 할 시간들을 고민해야 하죠.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최소한 40년 이상 더 살아야 돼요. 지금까지 살아온 40년도 길게 느껴졌는데, 살아온 만큼을 또 살아야 하죠. 이전에는 몸과 마음이 실제로 이팔청춘이서 무리해서 달려도 탈이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살 수는 없어요. 마음은 여전히 젊지만, 몸은 달라요. 조금씩 고장 나는 게 느껴져요. 여기저기 삐그덕 대요. 그래서 막 달리면 안 돼요. 잘못하다가는 과로사하니까요.


40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지만, 더 살 날을 위해 한 번 더 열심히 나아가야 하는 나이예요. 미래를 준비해야 하죠. 직장인이라면 또 다른 직업을 찾아 모험을 나설지, 지금 직장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눌러앉아 있을지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돼요. 사업을 하고 있어도 마찬가지죠.



아이들도 고민을 안겨주는 나이예요. 아이를 늦게 낳았으면 미취학 전후, 조금 빨리 낳았으면 이제 10대 초반에서 후반 사이죠. 아이의 건강, 교육 등 여러 문제를 신경 써주어야 해요. 어리면 어린 대로 사춘기면 사춘기인 대로 아이와 정신적인 신경전을 벌여야 하죠. 그뿐인가요. 시집장가보내려면 최소 20년 이상은 뒷바라지를 해줘야 돼요. 내 몸은 점점 고장 나고, 하는 일도 피곤한데 아이까지 신경 써야 하니 힘에 부쳐요.


부부 사이도 쉽지가 않아요. 갈등이 많아지는 시기죠.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도 많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부도 많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자녀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치고, 육체적 한계에 이른 나이라 모든 상황을 소화하기가 버거워요. 그래서 각자 스트레스가 극에 달아하고, 정신적 한계에 이르게 되죠.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아요. 누구 하나 버튼을 누르면 터지죠. 하지만 그 결말을 알기에 참고 참으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죠.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남들은 부러워하겠죠. 번듯한 직장에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으니까요. 행복한 가정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당사자는 고민이 많아요. 갈팡질팡 하지 않을 수 없죠. 20~30대 때와는 다른 종류의 고민으로 헤매고 있어요. 그래서 마흔은 불혹이 아니라 미혹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흔, 참 쉽지 않아요.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가 아닐까 아닐까 싶어요. 여러 면에서 인생의 황금기인 건 사실이니까요. 학교, 직업, 결혼, 출산. 인생의 과정에서 거치는 일들 중 대부분은 지나왔잖아요. 갖춰야 할 인생의 준비물들을 거진 손에 넣었으니까요. 그래서 마흔은 인생이라는 꽃이 만개한 나이예요.


이제 시들 일만 남았어요. 어떻게 시들지를 결정해야 하죠. 그 결정에 따라 남은 40년이 아름답게 저물 수도 있고요. 매우 고달파질 수도 있어요. 아니, 다르게 생각하기로 해요. 또 다른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말이죠.


마흔은 앞으로 살아야 할 인생의 제2막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기대하며 준비하는 시기예요. 마음만 이팔청춘인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시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그때와 결은 다르지만요.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고 증명할 수 있는 나이죠. 그래서 마흔의 시기는 헛되게 보내면 안 돼요. 가장 아껴야 하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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