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결혼 생활
"여보, 설거지 좀 해줄래?" 아내가 부탁합니다. 남편은 "응"이라고 대답하지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1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아내가 직접 설거지를 하면서 중얼거립니다. "내가 하는 게 빠르네." 이런 장면은 수많은 가정에서 매일 되풀이됩니다.
회사에서는 상사 말을 잘 듣는 남편, 친구들 앞에서는 배려심 많은 남편이 집에만 오면 달라집니다. 아내의 말을 흘려듣거나,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아예 무시합니다. 아내들은 좌절합니다. "내가 그렇게 우스워? 왜 내 말만 안 들어?" 남편들도 억울합니다. "들어줘도 불평, 안 들어줘도 불평인데 어쩌라고?" 대체 이 소통 불능 상태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요?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8년 차인 성호와 수진 부부의 어느 주말입니다. 수진이 말했습니다. "여보, 빨래 좀 개서 장롱에 넣어줘." 성호는 빨래를 개서 옷장에 넣었습니다. 수진이 확인하더니 말했습니다. "이렇게 대충 개면 어떡해? 주름 잡히잖아." 성호는 다시 빨래를 꺼내 정성껏 개어 넣었습니다.
다음 주말, 성호는 이번에는 신중하게 빨래를 개었습니다. 주름 하나 없이 완벽하게 개어 옷장에 넣었습니다. 30분이나 걸렸습니다. 수진이 지나가다 보더니 말했습니다. "빨래 개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빨리빨리 해야지." 성호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지난주에는 대충 갠다고 혼냈는데, 이번에는 느리다고?'
또 다른 날, 성호는 중간 속도로 적당히 개서 넣었습니다. 수진이 물었습니다. "빨래 다 넣었어?" "응, 다 넣었어." 수진이 옷장을 열어보더니 한숨을 쉬었습니다. "양말이랑 속옷은 서랍에 넣어야지. 이것도 말해야 알아?" 성호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지난번에는 그냥 옷장에 넣으래서 넣었는데, 왜 갑자기 서랍이야?'
몇 주 후, 수진이 또 부탁했습니다. "여보, 빨래 개서 넣어줘." 성호는 소파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지금 바빠. 나중에." 하지만 '나중'은 오지 않았습니다. 성호는 마음속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어차피 뭘 해도 틀리다고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남편들이 아내 말을 듣지 않게 되는 핵심 원인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보상과 처벌의 일관성이 학습에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행동에 매번 다른 반응이 돌아오면, 어떤 행동이 올바른지 학습할 수 없습니다.
많은 아내들이 자신도 모르게 요구가 달라집니다. 피곤할 때는 빠른 처리를, 여유로울 때는 정성스러운 처리를, 바쁠 때는 알아서 하기를 기대합니다. 문제는 남편이 아내의 컨디션과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읽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똑같이 빨래를 개는 행동이 어떤 날은 칭찬받고, 어떤 날은 비난받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혼란에 빠집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암묵적 기대'입니다. 아내가 "빨래 개서 넣어줘"라고 말할 때, 머릿속에는 '옷은 옷장에, 양말은 서랍에, 수건은 화장실에'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편은 문자 그대로 "옷장에 넣는다"만 이해합니다. 결과적으로 아내는 "왜 이것도 모르냐"라고 느끼고, 남편은 "말한 대로 했는데 왜 또 불평이냐"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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