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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선 Dec 30. 2020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다시 책을 읽는 일

나선이 쓰는 글

요즘 신간 이슬아의 [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있다. 이슬아는 솔직함과 글의 완성도는 같지 않다고 말한다. 솔직함이 지루하거나 위험할 수도 있다고. 모두 투명하다면 세상은 지옥 같을 거랬다. 난 거기서 큰 위안을 얻었다. 내가 쓴 글이 순도 백 프로의 솔직함으로 무장한 글이길 바랐지만 나는 그런 글을 쓴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글은 항상 나를 포장하고, 내 감정을 포장하고, 상황을 조금씩 바꿔 사실과는 다른 뒤틀린 글일 때가 많았다. 이슬아가 이런 포인트로 위로하고자 쓴 글은 아니었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마음의 안식을 얻고 다시금 성실한 글쓰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매일 하나씩은 아니지만 주 1회 이상 글쓰기를 목표로 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먹고 다시 펜을 잡았다. 종이엔 쓰이고 있는 글이 없다. 픽션과 사실이 적절히 버무려진 글을 쓰는 일은 콩나물 국 간을 하는 것보다 어렵다. 픽션을 너무 많이 넣으면 짠 콩나물 국이 되고, 사실 비중이 너무 크면 밍밍한 콩나물 국이 된다. 나는 언제쯤 적당하게 간이 된 콩나물 국을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솔직한 글보다 더 쓰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는 동시에 쓰지 못하는 나를 자꾸 탓하게 된다. 그러면 하루 정도 괴롭고 짧은 하나의 글 정도는 쓸 수가 있게 된다. 꼭 채찍과 당근 같다. 글쓰기에 대해 쓴 작가를 질투하다가, 천재적이라고 찬양하다가 허무한 마음으로 펜을 잡는다. 처음엔 괴로웠는데 이 순서로 감정이 쓸려올 것을 알고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오늘은 전에 쓰던 단편소설을 손보다가 쓰는 행위가 아니라 내용이 재미없어서 덮었다. 글을 진지하게 쓸만한 태도를 하면 꼭 그에 맞는 내용이 안 따라와 줘서 슬퍼진다. 여태껏 완벽한 글은 없었다.

이런 날은 완벽한 글들을 계속해서 읽어야만 할 것 같다. 내 손끝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글들을. 쓰지 못하는 대신에 읽고 삼켜내기라도 해야 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였다. 어묵국을 끓이면서 부엌에 서서 이 글을 쓰는 나는 조금 지쳤지만 정신은 어느 때보다 맑고 개운하다. 이슬아가 읽은 책을 읽어볼까. 이문재 시인의 시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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