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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ttle deer Aug 09. 2021

고양이와 할아버지 7

2021-08-08

우리가 울면 네 엄마가 약한 소릴 못 하게 되잖니? 이제껏 줄곧 우릴 받쳐준 네 엄마를 이번에는 우리가 받쳐 드려야지. 응, 알아요. 그 후 우린 끝까지 웃는 낯으로 지냈다. p.58.


오늘은 세계 고양이의 날. 아침으로 냉동실에서 크루아상 생지를 꺼내 처음으로 구워 먹어봤다. 생각보다 괜찮네, 하면서 일부러 골라둔 책을 펼쳤다. 실은 지난주에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더랬다. - 만화책이다 - 한 권씩 나올 때마다 사보고 있는데, 1권부터 6권까지는, 빌려줬다가 (겨우) 돌려받은 사연이 생겨버렸다. 볼 때마다 생각하겠지. 뭐, 아무튼...


오전에 수수의 진료가 있어 아침을 먹자마자 나갈 채비를 하고 택시를 불렀다. 지난달부터 매주 동물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계산해보니 7월 월급은 동물병원에 고스란히 갖다 바친 셈이 됐다. 건강하던 수수는 췌장염에 걸렸는데, 며칠 입원 치료하고 퇴원한 후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미열이 있고 염증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서 계속 약을 먹여야만 했다. 때문에 필건(piller popper)을 사용해 캡슐약을 먹일 수 있게 되면서 - 유튜브로 보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 진정한 프로 집사로 거듭나게 됐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받는 일이지만, 수수도 나름대로 협조적인 편이고 나도 요령이 생겼다. 다행히 오늘 검사 결과는 굿. 한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염증 수치가 많이 떨어져서 드디어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한 주 더 약을 먹이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 다행이다, 수수야. 잘했군 잘했어.


세계 고양이의 날을 기념해 넷플릭스에서 찜콩 해 둔 <고양이 집사>라는 영화를 봤다. 배우 임수정이 감독의 반려묘이자 주인공인 고양이 레니의 목소리를(내레이션) 맡았다. "레드에겐 바이올린 아저씨가 있고, 조폭이에겐 중국집 아저씨가 있고... 나에게는 아빠가 있으니까요." 결국은 함께라야 행복하다는 말,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오래 행복하도록, 많이 아프지는 말아줘. 이제 올림픽도 끝났지만, 외쳐본다. 빠이태에에엥!(김제덕 선수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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