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1
미술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문을 두드리고 열어봐야 경험이 쌓인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머지않아 주변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 '좋다'고 느낀 자신의 감각을 확신할 수 있는 날이 온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게 자신을 다져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p.22.
써야지, 써야지, 뭐라도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2024년을 훌쩍 건너뛰고 2025년이 되어서야 겨우 쓴다. 아무것도 쓰지 못한 2024년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나. (괴롭기 짝이 없는) 광화문 직장인 생활을 했고, 테니스를 계속 쳤고, 책은 몇 권 못 읽었고, 허리와 목에 차례로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에 몇 번 다녔고, 운동을 배워야겠어서 집 앞 헬스장에 PT 30회를 등록했고, 그 사이 퇴사를 했고(만세!), 운동은 계속 열심히 했고, 인생 최초의 혼자 해외여행(시드니와 멜버른 & 오클랜드 - 올리언니와 무려 10년 만에 만났다! - 까지 3주)을 성공적으로(?) 다녀왔고, 여행지에서 로컬 러닝크루에 조인해 보거나 혼자서 러닝을 해보거나 하는 경험을 했고, 심지어 테니스 라켓도 들고 가서 멜버른 퍼블릭 코트에서 게임을 해봤고, 클래식 모임과 공연에도 가능한 참석 했고, 연말에 이웃집 언니와도 친구가 되었고(이 이야기는 나중에 'ㅎㅍ빌라'라는 제목의 단편소설감으로), 수수와 보리는 크게 아픈데 없이 잘 지내주었고, 딸기와 단골카페에서 종종 만나 커피를 마셨고, 단골카페 회장님과 셋이 전시도 보러 갔고, 점점 혼자 뭘 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고, 실은 극심한 내향인 대문자 I지마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 푼수덩어리 스몰토크 장인이 되어가고 있고(나이 탓인가...), 자매님의 둘째 임신 소식을 들었고, 엄마의 칠순 잔치를 조촐하게 열어드렸고, 사촌동생 지윤이와 5개월 함께 살았고...
상당히 다이내믹하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 지나간 일이라 그렇겠지 - 지냈다. 비록 바깥세상은 점점 더 거칠고 시끄럽고 어두워지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의 (인생) 시계는 이제 정오에 가까워졌다. 어쩌나.
저녁에 영화관에 가서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생중계를 보고 왔다. 라데츠키 마치를 들어줘야 비로소 새해가 되는 거니까. 몇 년 전부터 치르는 나만의 작은 의식. 새로운 한 해를 또 열심히, 그러나 너무 애쓰지는 말고 잘 지내보자 다짐하면서 돌아왔다.
이 책은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흥미로워서 장바구니에 바로 담았다. 젊은 부부가 퇴사 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지내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둘의 대화 중에 이 책이 등장했었다. 대화 내용도 어쩐지 공감되고 위로가 되는 느낌이라 구독을 눌렀더랬다.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프리랜서다. 그런데 이제 유명한(ㅎㅎ)!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POPEYE>, <BRUTUS>에서 현대미술이나 건축, 디자인 등의 취재를 담당했고, 현대미술전집을 출간하거나 사진가로서 사진집도 출간한 분이라고. '전 세계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금도 여전히 취재하는 중이다.' 1956년 일본 도쿄 출생.
프롤로그에서부터 정말이지 뼈를 때리는 구절이 많아서 '아이고 어르신!' 하면서 읽고 있다. 아, 물론 좋은 의미로. 스스로 아웃사이더라 여기는 나 같은 인간에게 용기를 주기도, 반성하게도 한다. 요즘과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는가 싶다가도 오히려 맞는 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좋다. 매월 입금되는 돈보다도 매일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로 사는 사소한 행복은 출신 학교나 경력, 직함, 연령, 수입과는 상관없이 호기심과 체력과 인간성만 있으면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에 있다. 이런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p.7.
읽다가 아이브의 <I AM> 가사 한 소절이 떠올랐었다. '어느 깊은 밤 / 길을 잃어도 / 차라리 날아올라 / 그럼 네가 /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
오늘 아침은 (무조건) 떡국이고 책은 같이 못 찍었다. 옆집 언니를 불러서 떡국을 나눠먹느라고. 내일은 옆집 언니를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백수 신세지만 뭐라도 한다, 매일 바쁘다. 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새해 첫날부터 망했네. 두 시 반에나 눕겠네. 그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