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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19. 2022

들깨 두부 강된장

채식 한 달, 비거뉴어리 Day 18

샐러드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단계는 맨 처음. 냉장고에서 케일과 상추를 꺼내는 일이다.

밥 짓는 데 제일 어려운 단계도 맨 처음. 찬장에서 쌀을 꺼내 바가지에 담는 과정이다. 아침에 그걸 해냈다. 그래서 저녁에는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야호!  

머릿속으로 반찬거리를 가늠해 보다가 쌈을 준비하기로 했다.


티브이에서 봤는데 외국인들이 쌈을 그렇게 좋아한다 더라고. 당신도 그렇고. 쌈이 왜 좋아?

맛있잖아!

맛있는 건 나도 알지.

음... 뷔페 같다고 할까? 이것저것 쌈에 넣을 게 많으니까 먹는 재미가 있어.


 말을 하는 남편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다. 특히 눈과 입을 동그리며 ''이라고 말할 때면  그렇다. 그렇게 쌈을 좋아한다. 남편도 처음에는 고기쌈으로  세계에 발을 디뎠다. 6  채식을 시작한 뒤로는 두부를  먹는다. 그래도 쌈이 좋다는  보니,  맛이  고기에 있진 않은가 보다.

남편이 쌈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쌈장도 있다. 그런데 오늘 저녁 강된장 만드는데 너무 집중을 하는 바람에 쌈장 만드는 걸 깜박했다.


쌈인데 쌈장이 없네?


아차 싶은 나는 강된장을 가리켰다.


이거랑 먹으면 되는데...


남편은 그래도, 하면서 고추장과 된장을 가져온다.

푸른 잎채소에 갓 지은 밥을 올리고 구수한 강된장을, 상큼한 김치를, 또는 따뜻한 두부와 장아찌를 올려 먹는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우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맛있다.

어, 정말 맛있어.

이거 당신하고 같이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

나도. 어쩌면 평생 한국 음식도 모르고 살았을 수 있었잖아. 어후!


그리곤 그 슬픈 가정에서 벗어나려는 듯 남편은 고개를 젓는다.


나야말로 남편을 만나 감사하다. 내 도움 하나 없이 혼자서 책과 인터넷에 의지해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주니까. 원래 집된장은 다 맛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우리 집 된장 맛 정말 좋다. 그래서 북어나 멸치, 고기 없이 맹물에 만들어도 된장국과 미역국 맛이 맑고 깊다.

오늘은 강된장에 귀한 들깻가루까지 넣었으니 풍미가 더할 나위 없었다.



들깨 두부 강된장

a. 무/마늘/양파/당근/애호박 중 아무거나 다져서 1컵

먹기 좋게 썬 버섯 1컵

두부 1/2모

된장 1~2큰술

들깻가루 3큰술


1. 중간 불에 올린 작은 냄비에 재료 a와 물 1/4컵을 넣고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끓인다.

2. 버섯과 으깬 두부를 넣고 10분 이상 끓인다.

3. 모든 재료가 익으면 된장을 풀어 넣고 3~5분 정도 끓인다. 된장은 입맛에 맞게 양을 조절한다.

4. 불을 끄고 들깻가루를 넣고 젓는다. (들깻가루로 되기를 조절한다)

5. 쌈에 싸 먹거나, 덮밥처럼 밥에 올려 먹는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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