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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Dec 09. 2018

양귀자님의 모순을 삼켰다.

불행과 행복은 한 삶에 들어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읽기를 마쳤습니다. 그러므로

스포가 있습니다.


잠시동안 읽은 책에 꽤나 깊게 잠겨있었다.






사랑은 바다만큼도 아름답지 않았다.



양귀자님의 모순.
이책은 왜 이렇게 한문장도 삼키기가 힘들까.

사랑보다 바다가 아름답다는 말은 진짜인가보다. 지치지도 질리지도 않고 영원하다.


모순이었다. 작가가 말하는 삶은 내가 사는 이곳과 너무 거울처럼 똑같아서 목구멍에 자꾸 걸렸지만 삼켜낼 수 있었다.
마지막에 작가 노트를 읽었다.

“이 소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바람대로 나는 천천히 문장들을 삼켰다. 커피와 함께 삼킨 날도 있었고 밥을 먹으며도 꼭꼭 씹었다. 새벽의 길고 느린 분침을 넘기며 함께 넘기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어떻게 기억해야할까.
첫문장은 마음을 후비더니 마지막 문장은 마음을 먹먹하게 잠재웠다. 그렇구나.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외의 귀를 가졌다.
그래서 소설을 좋아한다. 이렇게 살아야한다며 인생을 논하는 에세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살겠다는 결심을 해본일이 없다. 나는 읽고, 보고, 소의 귀처럼 아름다운 교훈들을 멍하니 지나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오랜만이 읽은 비문학은 정리안된 책상위에서 읽어냈다..


마지막 문장이 가장 삼키기 쉬웠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미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궤적들을 보면서도 나는 배우지 못한다. 그네들의 실패를 보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노래의 가사들을 따라 이미 일어난 일들을 되풀이 하고있을 뿐이다. 명백한 실수들을.

그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이보다 담담한 결론이 있을까? 책을 손에 든 순간부터 내려놓는 순간까지 이야기 속 모순들을 읽어내느라 이어지던 긴장이 탁. 풀렸다.

결혼으로 다시 모순을 시작하는 안진진에게 또다른 모순이 있기를.
어쩌면 평범하지만 이상한 행복을 그녀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모의 행복해 보이나 불행했던 무덤 속의 삶에서도, 안진진은 다르니까.


그녀가 경멸하는 것처럼 지리멸렬하게 살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도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라고 외친 첫장의 그 사람이니까. 모순되게 살아낼거다 그런 삶도. 책장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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