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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Nov 03. 2018

여행할 때 느껴지는 1.37kg의 무게

프리랜서와 1인 기업, 여행하는 삶을 위하여


Monday morning. Swept by the commuting crowd at 8:30AM. London, Tower Bridge




맥북 프로 13인치의 무게 1.37kg. 충전기 무게까지 더하면 1.5kg이 된다.

단 몇 그램이라도 줄이려 호텔에 제공될지 모르는 수건도 하나 빼고, 양말도 하나 빼고 운동화 하나면 됐지 하고 구두를 빼내고 나면 캐리어는 조금 가벼워지지만 노트북이 든 어깨위의 가방은 덜 수도 없이 무겁다. '내려놓고 싶다' 한 두세번 생각하지만 역시 폰으로 작업하는 건 무리다. 블루투스 키보드도 번거롭긴 마찬가지. 1kg 쯤 짊어지고 가지, 하면서 노트북을 곱게 케이스에 넣고, 충전기를 챙겨 넣는다. 앗차, 카메라도 챙겨야지! 그나마 DSLR 중엔 가벼운 편인 캐논 100D도 목에 걸 생각을 하니 벌써 목이 빳빳해진다. 나는 노트북 가방에 똑딱이 카메라 하나를 툭 던져넣고, 폰과 노트북 충전기 주머니 안에 카메라 충전기도 챙겨넣는다. 여분의 배터리까지.



업무를 위해 새로 장착한 업무템 1호. 무게보다 가격이 무거운 녀석 :)



작년 한국엔 트렌치가 너무 추워질 무렵, 아직 파리는 트렌치가 딱 알맞던 여름이 식어가던 계절. 하필이면 파리의 관광객 밀집도 최고인 루브르 맞은편의 스타벅스에서 나는 노트북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관광객들의 들뜬 대화소리, 혹은 지쳐 들어와 달달한 음료를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카페 안을 도망갈 곳 없이 꽉 채우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어폰도 가져오지 않아 그 소음들에 온전히 노출되어 있던 나는 집중도가 떨어짐에 따라 점점 여행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야 너 모나리자 봤어?"
"아니 뭘 봐. 사진으로 충분히 봤어. 사람만 많고 보이지도 않잖아."
"난 그래도 봤는데. 근데 진짜 사진이 더 잘보여ㅋㅋㅋㅋ"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리도 연합된 모습이라니.



모나리자.
그래 나도 봤다. 왜냐하면 난 여행자들에게 파리 여행정보를 전달하는 현지 특파원 비슷한 에디터였기 때문이지, 딱히 그녀의 미소에 관심이 깊은건 아니다. 지난달에 약 20번째 방문한 루브르에서 모나리자가 잘 나온 사진 근거리 사진 한장, 관광객들이 진지하게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사진 한장. 이렇게 두장을 건지려 모나리자 앞에 한 30분은 넘게 알짱거렸었다.

여행지에서 여행을 여행이 아니라 일로 마주하게 되면 여행이 무거워진다.
실제로 노트북 무게나 카메라 무게가 추가되는 것도 있고, 보고싶은 걸 보고 원할 때 마음대로 쉴 수가 없다. 물론 여행에서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100퍼센트 뽑기 위해 꽉 차게 짜놓은 일정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찾아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여행이 아니라 출장인 셈이다.

해외 출장이 사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에디터나 작가, IT 계열 개발자 프리랜서들보다 나을 수도 있다. 최소한 퇴근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겐 출퇴근의 개념이 없다. 아침(혹은 밤)에 눈을 뜨면 그게 출근이고 눈을 감으면 그게 퇴근이다.


© christinhumephoto, 출처 Unsplash




요즈음 4차 산업혁명이다 디지털 노마드다 하며 자유로운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을 하고싶다는 사람의 물결이 꽤나 높아지고 있다. 모로코에서 우연히 알게된 한 교포 오라버니(노마드 빈씨)는 스스로를 노마드로 칭한다.한국을 떠나 해외 어딘가에서 자기 사업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걸 보면 그는 진정한 노마드가 맞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노마드의 이미지는 프리랜서에 가깝다. 그것도 월급을 갉아먹지만 있는 편이 든든한 4대보험과 있어도 없는 것 같지만 없으면 곤란한 노동법의 보호를 한없이 벗어난 대한민국 밖 어딘가의 해변이나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자유로운 영혼들! 그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이미지로 고정된 듯 하다. 그들은 그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무슨 일들을 할까?

해외에서 자유롭게 노트북 하나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은 상당히 많다. IT 개발자나 웹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사실 디지털 노마드가 정의하는게 대부분 그들이지만, 기자나 사진가, 작가, 여행 가이드, 마케터, 헤드헌터, 번역가 등 건축현장이나 실험실, 식당처럼 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그런 자유로운 삶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사무실이 아니라 해외나 원하는 곳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이런 디지털 노마드도 두가지의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프리랜서1인 기업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두가지는 많이 다르다. 둘 다 자유로운 시간 운용과 공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프리랜서는 자신이 일을 창조 하는게 아니라 의뢰받은 일을 약속된 기한안에 해야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 tellmeyourgoal, 출처 Pixabay



프리랜서는 의뢰받은 일이 떨어지면 당장 백수라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1인 기업은 그 스스로가 일의 주체가 되어 일을 창조하게 된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가진 개인기를 활용해 하나의 직업을 창조해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일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고용하는 것과 같다. 직장은 필요하지 않지만 직업은 필수다. IT 기술이 됐건 디자인 능력이건 글솜씨건 직업의 전문성 또한 필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직업, 자신의 개인기가 시장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시장이 내 개인기를 선택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기를 필요로 하는 시장의 확보와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영업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예로,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많다. 나도 꽤 한다고 자부한다. 내가 만든 파스타가 왠만한 고급 이탈리안보다 훌륭하다고 종종 느낀다. 하지만 요리를 잘 한다고 해서 식당을 잘 운영하는 건 아니다. 요리를 할 줄 아는 것, 잘 하는 것, 그리고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만든 파스타는 사람들이 원하는 고급 이탈리안에서 다이닝 하는 기분과 분위기를 제공하지 못한다. 또 맛있는 요리라고 해서 모두가 원하는 요리일까? 입맛과 취향의 문제도 있지만 생각보다 외식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업종이다. 매운 쭈꾸미 요리가 유행을 타다가 사라지고, 브런치 카페가 동네마다 생겼던 때가 있는가 하면 최근엔 수제 버거 열풍이 불었다가 사그라드는 추세다. 얼마나 맛있는 버거를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최신 외식 트렌드, 곧 시장의 필요에 잘 부흥하는 아이템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1인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개인기 자체 못지않게 현재 시장 수요가 있는 아이템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유동적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 퍼스널 브랜딩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퍼스널 브랜딩은 내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찾아 시장에 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히 유능한, 경쟁력을 갖춘 많은 1인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 퍼스널 브랜딩이다. 개인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아이템화' 하는 것, 그리고 시장에서 정확한 위치에 포지셔닝 하는 과정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 일에 자신이 없다면 1인 기업을 시작하는 건 포기해야할까?


베를린에서 힙스터인척 하고싶다면 카페탐방을 떠나자



이야기가 엇나가고 있는 걸 느끼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보자.
결론은 1인 기업을 준비하는 것, 곧 나만의 직업을 갖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커리어에 있어 하나의 종착점이라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평균 80세까지 일을 하는 시대가 왔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카페마다 백발의 바리스타와 서버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직장과 조직은 더 이상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4,50대에 직장을 떠나게 되면 또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까? 나만의 직업을 가진 1인 기업이 되는 건 모두의 미래다. 20대를 지나고 있는 나, 그리고 10대, 20대, 30대의 우리가 해야할 일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내어 끊임없이 학습하고 미래를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해 성공한(정의는 개개인 마다 다를 것이다) 1인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여행 가방에 1.37kg의 무게는 이제 더 이상 덜 수 없다. 내가 1인 기업이 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여행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아 물론 "~것 같다"라고 막연하게 흘러가도록 둘 수 없는 게 커리어에 관한 것이라는 게 이 글의 포인트였다. 직장의 사무실에 앉아 시간이 흐르고 커리어가 쌓이도록 두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직업을 만들어 가야 하니까. 좋아하는 여행,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을 때 좋아하는 일이 더 무겁게 다가올 순 있다. 하지만 덕업일치라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계속 할 수 있을 때의 업무적 시너지와 만족감은 분명 더 클테고. 여행하며 일하는 삶, 이 때 1.37kg 쯤은 사무실로의 출퇴근 할 때 지하철에서 흔들리는 시간보다 더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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