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랑 Nov 08. 2024

취준생의 좌절

면접을 망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1년 동안 이곳만 바라고 준비했다. 지난 탈락으로 이미 쓴맛을 보았지만 무엇이 부족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소서랑 면접은 나쁘진 않았는데.. 자격증이 부족했나? 여기는 영어를 많이 본다지만 인턴까지도 영어를 보나? 그렇게 영어를 끝내자마자 모집 공지가 또 올라왔다. 자소서를 수정하고 제출했다. 면접이 될 줄 몰랐기에 면접 통보를 받고 단 이틀의 시간 안에 준비해야 했다. 면접 준비도 미리 다 해둘걸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면접을 보고 왔다. 조졌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말하긴커녕 암기한 것을 버벅거리며 읊느라 준비를 안 한 것처럼 보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석으로 말한 것이 더 나았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집에 가는 길, 용산역에 붙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광고판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학원에서 탈출을 꿈꾸는 친구와 밥 약속을 잡으며 시답잖게 주고받는 카톡으로 기분이 나아졌다.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도 힘이 될 때도 있지만 내 좌절을 일일이 말하고 위로받는 과정이 더 힘들 때가 있다. 말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기되고 명확해지니까.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한테 들어서 결과를 알고 있을 텐데 어땠냐고 물어보신다. 망했다고 했다. 너무 긴장해서 말을 너무 멈췄다고. 왜 긴장을 했냐는 타박이 돌아왔다. 지금 제일 속상한 건 난데. 같이 소리를 높이다가 아빠의 반복되는 책망에 대답을 멈췄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속상해서 풀이 죽은 아빠의 목소리에 죄송했다. 자괴감에 죄책감까지.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

그냥 난 취업이 하고 싶을 뿐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