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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내일은, 더 나인 내 일로 만든다.

직업을 자주 바꾼 나에 대한 변명

by 마음꽃psy

내가 아이들에게 밥을 열심히 먹이는 이유는 오늘보다 더 큰 내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내가 오늘 열심히 일을 하고, 여러 가지로 힘이 드는 이유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이다.


나는 전공을 여러 번 바꾸었다. 대학 졸업 후 한 번 입사한 곳에 아직도 다니는 친구도 있고, 이직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여러 번 이직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전업을 했고, 전공도 여러 번 바꾸어 공부를 했고, 회사도 참 여러 곳을 떠다녔다.

농대 졸업-제약회사-병원연구소-종묘회사-약학석사 졸업-생명 벤처기업-정부연구소-전공 변경 심리상담학과 편입-두뇌코칭센터-뇌교육학 박사 수료-지인과 창업-지역청소년상담센터-프리 강사-그리고 현재 상담실-내년 미정?


몇 번 이력서를 쓰며 잦은 이직이 너무 창피한 마음에 빼놓고 안 적은 곳도 있었다. 한 달 만에 그만둔 곳도 있고, 3-4년을 일한 곳도 있다. 그러나 아이와 육아에 대한 뚜렷한 철학은 있었기에, 임신 육아 기간과 안정 애착을 위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일과 공부를 안 한 적은 없는 듯하다.


일과 공부 속에서 돈을 버는 과정도 있었고, 돈을 쓰는 과정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나에게 참 대단하다(약간의 비꼼도 느껴지고)하고, 어떤 이들은 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변덕이 심하냐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내게 인내심이 없다고도 한다.

맞다. 그들의 말은 다 맞다. 그러나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은 있는 법"이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내가 일을 그만 둘 적에는 다 나에게도 그만한 이유는 있었다.

성적에 맞춘 대학 진로 선택과 그로 인한 직장 선택, 내 안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 나와 맞지 않는 상사와의 갈등, 내가 원하는 만큼보다 적은 보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등등.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한 삶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 또한 굉장한 행복이다. 직업은 생계유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역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는 직업선택과 진로선택에 있어서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한다. 평생 살아갈 힘을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 수집과 나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하고 난 후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인생을 80세로 산다고 하면 20세 이후 짧게는 60까지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40년을 직장, 혹은 직업생활을 한다.

잠을 자고 일상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라도 하루 평균 8시간을 보내고, 40년을 일하는 것인데 당연히 신중하고도 신성하게 선택해야 하는 일이었다.


과거에야 먹고사는 것이 너무 힘든 시기였으니 나에 대한 성찰이나 흥미 적성 같은 것을 따지기 어려웠던 것도 크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달라졌다. 나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나 고민 없이 사회적 시선이나 조건으로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하게 되면 내 안의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나를 잘 알기 위한 고민을 충분히 한 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시도해 갈 때 내 안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갈 수 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우리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 더 나를 사랑하고, 고민하며, 내 일을 해 나가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은 오늘보다 성장하는 날이며, 더 나(I)인 내 일(my work)을 할 때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되면 아무리 예쁘고 좋은 옷일지라도 불편하고, 다른 사람이 보아도 어색하다. 나와 잘 맞는 옷은 나를 돋보이게 만들지는 않아도 편안하게 오래 입을 수 있게 해 준다.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것은 나와 맞지 않은 옷을 갈아입는 과정일 수도 있다.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첫 번째에 나와 잘 맞고 어울리기까지 한 옷을 고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몇 벌의 옷을 거울 앞에서 대 보기도 하고, 입어 보기도 하며, 사이즈, 색상, 활동성 등 꼼꼼하게 체크하며 고르게 된다. 옷보다 더 비싼 자동차를 사게 되면 더 여러 가지를 확인한다. 매장에 가기 전에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실제 매장에 가서 시승도 해 보고, 앞으로 나의 수입과 유지 등등 을 고민하며 결정을 하게 된다.


옷이나 자동차를 살 때도 이렇게 꼼꼼하게 따지고 신중성을 기해 선택을 하게 되는데 하물며 내 평생의 경제력과 성장의 에너지가 되는 직업 선택이야 말로 경험도 안 해 보고, 비교도 안 해 보고, 나랑 잘 맞는지도 모르고, 남들의 기준이나 시선, 혹은 조급함으로 선택하게 되면 당연히 갈등과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옷은 잘 사면 입을 때마다 후회를 하게나 결국엔 입지 않으면 된다. 자동차가 결함이 생기거나 불편하면 수리하고, 다음 차를 선택할 때 더 신중을 기하게 된다.


더 행복하고 성장해 가는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나다운, 나와 어울리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더 나인 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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