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을 아는 지인이 연락을 하셨다.
"선생님, 바쁘실텐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네, 부탁하셔요. ㅎㅎ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해 드릴게요'"
"이런 부탁해도 될까 모르겠네. 우리 학원 다녔던 학생이 취업 자기소개서를 썼는데 선생님이 좀 봐주면 좋겠어요. 괜찮아요?"
순간 망설였다. 난 전문가도 아니고, 특히나 자기소개서는 아직도 매년 나도 어렵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나를 믿고 부탁을 하신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소개서란 진솔하되 적절한 포장으로 나를 어필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선생님, 저 자기소개서 전문가 아니지만, 일단 보고 제가 좀 피드백을 해 볼게요. 톡으로 보내주세요."
전화를 끊고 갑자기 나의 첫 자기소개서를 쓰던 날이 생각났다. 사회초년생의 자기소개서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들어있을까? 뭐라고 썼었는지 생각도 안나지만 당시 삼사일을 고민하며 수정하며 자기소개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 자기소개를 쓰며 이런 말을 써도 될까? 너무 과장이 심한가? 너무 소심한가? 할 수있다고 써놓구 진짜 시켜면 어쩌지? 걱정하기도 하고 별별 생각을 하며 자기소개서를 채웠다.
그 이후에도 아주 여러번 이직의 과정을 거쳤으니 자기소개서를 10번 이상은 쓴거 같다.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된 적도 있었고, 어떤 면접관은 자기소개서를 아예 보지도 않고 진행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도 잘 된 자기소개서의 예시를 본 적이 별로 없지만, 몇번 지인들의 자기소개서를 봐 준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자리에서 잠깐 보고 말로 이런 부분은 바꿔주면 좋겠다, 이 부분은 너무 말이 이상하다, 과장이 심한거 아니냐 등 웃으며 이야기하고 공식적으로 패드백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인의 제자이고, 내가 글로 적어 보내주어야 하니 약간의 부담감이 생겼다. 모르는 어린 친구가 나의 조언이나 피드백에 행여나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기분이 상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인이 보내주신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았다. 여학생인지 남학생인지 모르겠다. 중요한것은 아니니 넘어간다. 면접자의 자리에 서 본적이 더 많지만 면접관의 자리에도 있어 보았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자기소개서의 어떤 부분을 보고 이 지원자를 선택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글을 읽어보았다.
이 친구는 아직 회사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자기소개서의 글에 '아직 부족하지만~~. ~배워서, ~배우겠다'등의 스스로 부족하다, 입사하면 열심히 배우겠다는 말이 너무 여러번 언급되었다. 솔직하고 겸손한 것도 좋지만 부족한 나를 자주 이야기하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좀 더 준비가 된 지원자를 뽑을 거 같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과 에피소드가 따로 놀아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글을 여러 번 읽으며 내가 느낀 점들을 정리해서, 최대한 따뜻한 말투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을 적어 보내드렸다.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글을 쓰는 것은 어렵고, 또 감히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것도 어렵고 진짜 글을 쓰는 사람이 보면 우습다고 할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나의 작은 피드백이 도움이 되었다고도 한다.
대학이후 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늘 남아있다. 대학졸업 후 전공자들 사이 비전공자로 일을 하고, 관련 자격증이 없이 일을 하게 되며 뒷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자격증을 갖추는데 시간과 돈을 썼다. 그리고 실용글쓰기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또 곧 그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다. 그래야 왠지 내가 인정받는 기분이 들고,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이다. 나에게 자격증은 자신감의 바탕이 된다. 전문 작가도, 문학 전공자도 아니기에 글을 쓰는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