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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Oct 07. 2024

진짜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해

자랑하는 거 싫어요.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을까?

학교에 다녀와서 말한다.


"엄마, 나도 외국여행 가보고 싶어!

외국 여행 한 번도 안 가본 친구가

우리 반에 몇 명 없어."

"아, 그래? 외국 어디 가보고 싶은데?"

"몰라. 그냥 아무 데나..."


그날 이후로 신경이 쓰였다. 어디를 갈까?

4인 가족이 가꺼운 동남아라도 가려면

몇백만 원은 필요하다.


남편은 업무차, 그리고 성향상 여행을 좋아하고 많은 나라를 다녀보았다.

친한 형님들과 계를 하며 세계 수십 개 나라는 다녀보았을 것이다.

난 신혼여행이 첫 해외여행이었고,

결혼 이후 남편과 홍콩여행 한번,

부모님과 오키나와 여행뿐이었다.


돌아다니며 체력을 쓰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난 외국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배가 고픈데도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음식들을 조금 먹고 그저 계란이나 커피.

빵 같은 것만 먹을 뿐이었다.


여행상품을 계약했다.

2년 후 갈 요량으로 계획을 하며 어디로 갈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나도 에너지를 덜 쓸 곳을 생각하며

나름 설레었다.


아,,, 그런데 코로나가 왔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도 어렵게 되었다.

계획한 기한이 되었고, 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어? 연락이 되지 않는다.

망했나? 뭐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 이 불안한 예감은 벗어나지 않는 걸까?.

사라졌다. 회사가...

그리고... 내 돈.... 내 설렘.... 내 계획... 

아이들과의 약속도 모두 사라졌다.




코로나가 끝났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은 바로 여행을 계획했다.

친구와 후배와 보홀을 갈 것이고

이번엔 아이들도 함께 하기로 했단다.

나도 같이 가자고 한다.


난 며칠씩 사무실을 비우기가 곤란하여

아이들과 남편만 보내기로 했다.

이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은

엄마가 없이 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함께 가는 더 어린 동생들과도 놀아줄 수 있으니

첫 해외여행인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또 며칠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에게도,  

모두에게 괜찮은 여행이다.


아들과 짐을 싸던 도중 아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아들은 짧게 통화를 마쳤다.

"왜? 무슨 일인데?"

"아, 00 이가 놀자고 하는데

내일 못 논다고 한 거야."

"해외여행 간다고 이야기했어?"

"아니, 그냥 며칠 못 논다고만 했어."

"왜애~~ 놀러 가서 못 논다고 자랑하지~!"

"엄마는~ 그런 걸 뭐 하러 말해.

내가 자랑하면 00 이가 부러워할 수도 있잖아.

난 친구들에게 뭔가 자랑하는 말 하는 게 싫어.

다른 친구는 그런 걸 부러워할 수도 있고,

상황이 안되어서 못 가는 친구도 있잖아."




난 머리를 당! 얻어맞은 거 같았다.

자랑하는 말이 싫다는 아이.

뭔가 랑하고 싶어서

없는 것도 있어 보이게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친구들에게 해외여행 가는 걸 자랑하라고 한 내가

 너무 아이에게 민망하고 우습게 느껴졌다.


예전 카카오스토리가 유행할 때,

처음엔 재미있었다.

나의 일상을 올리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러다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져 버렸다.

다들 특별하게 멋진 이벤트가 많은데

너무 평범하고 별거 없는

나의 일상이 초라한 것 같았다.


다들 좋은 곳을 여행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선물도 많이 받고

여유로워 보였다.

부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하며

카카오스토리가 재미가 없어졌고

평범하고 초라한 내 일상을 올리기도 싫어졌다.


비교는 자신을 초라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소소한 재미가 남들과의 비교가 되니

질투가 생기고, 자존감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신랑의 선후배 가족과 오랜 계획 끝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아들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에 같이 가는 친구들에게 며칠 같이

못 간다고만 이야기했다고 했다.

아들이 내게 말한다.

"엄마, 여행은 그냥 우리끼리 가는 거잖아.

다른 사람이 굳이 우리가 어딜 가는지

알 필요가 없는 거 같아.

그냥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거니까."


아이의 이야기에 난 놀랐다.

난 여기저기 놀러 간다고 자랑을 했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자랑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행복하고

 즐거워하기 위한 여행

그런 것이 여행의 진짜 이유가 아닐까...


비교하지 않는 삶을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난 자꾸만 누군가 봐 비교하며

그렇지 못한 나와, 나의 상황에 불만도 생겼고

때로는 부러움도 생기곤 했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짜 이유와 목적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난 그것을 아이를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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