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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 Apr 01. 2022

서이숙의 나를 외치다

ㅡ'뜨거운 씽어즈'를 보고-

개성 강한  여장부 역할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밀어붙이던 배우 서이숙 씨가 '뜨거운 씽어즈'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마야의 '나를 외치다'를 부르는 그 순간 가슴이 찡해져 왔다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이기도 했지만 힘이 넘쳐나다 못해 시원한 고음으로 무대를 장악하던 가수 마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 배우 서이숙의 '나를 외치다'는 힘은 뺏으나 강했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무대를 즐기고 있었고 가수로서 서툴렀지만 배우의 아우라로 무대를 꽉 채웠다. 그리고 그 노래로 나 이렇게 살았다, 나 이렇게 살고 있고, 이렇게 살고 싶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미세하게 떨리지만 카리스마 가득한 목소리에 익숙했던 터라 제목을 보고 전주가 흘러나왔을 때 그녀가 어떻게 이 노래를 요리할까 궁금해졌다.

결론은 역시나였다. 그녀는 서이숙 표의 '나를 외치다'를 멋들어지게 만들어 냈다. 가을 여자 같은 트렌치코트를  차려 입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자연스레 허공을 손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인상을 찡그리기도 하고, 고개를 젓기도 하고 눈을 질끈 감기도 하는 동안 그녀는 노래로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는 아마도 노래의 가사와  너무도 잘 어우러지는 그녀만의 삶과 그녀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새벽이 오는 소리 눈을 비비고 일어나/곁에 잠든 너의 얼굴 보면서/힘을 내야지 절대 쓰러질 순 없어/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꿈도 꾸었었지 뜨거웠던 가슴으로/하지만 시간이 나를 버린 걸까/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은/아직도 이렇게 뛰는데/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지쳐버린 어깨 거울 속에 비친 내가/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에/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끝은 있는 걸까 시작뿐인 내 인생에/걱정이 앞서는 건 또 왜일까/

강해지자고 뒤돌아보지 말자고/앞만 보고 달려가자고/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나를 배려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현실 속에 구호처럼 약해지지 말라고, 뒤쳐지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너의 새로운 시작이며 너의 길을 응원한다는 격려는 얼마나 힘이 되는 이야기일까.

그녀 역시 거칠고 힘든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무명의 설움도 느꼈을 것이고, 모진 말에 상처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무명 배우의 설움을 눈물로 극복하고, 때론 오기로 견디고, 미래를 위한 담보라 여기며 매 순간 애쓰며 견뎠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녀의 삶을 다 들여다볼 순 없지만 존재감 있는 여배우로 서기까지 그녀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수많은 고개를 넘어야 했을 것이다. 대중들의 뭇매에 변명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했을 수도 있고, 억울하고 답답한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에 이렇게 공감이 되는 건 누구든지 그런 순간과 시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색깔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를 뿐 우리 역시 그런 고개를 넘고, 벽을 뚫고 계단을 오르고 있기에 그녀의 노래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녀의 노래 속에 연기만이 존재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진정성이 묵은 장맛처럼 진중하게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나고 감정 표현이 풍부해도 노래를 하는 사람의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 노래에 힘을 얻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들이 가수에게서 원하는 것은 천상의 목소리나, 춤이나, 세련된 기교만을 바라진 않는다. 노래 속에 담긴 가수의 마음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순간을 즐기며 바라는 것이다. 그걸 프로 가수는 아니지만 연기자인 그녀가 해 보이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그녀가 그녀의 길을 거침없이 걸어 나가길 응원한다!

그녀를 보면서 나 역시 내 길을 가는데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한다!

잠깐 쉬고 싶거나, 뒷걸음질 칠 때 외쳐야지 생각한다. '나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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