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강사의 코로나 시대 도전기-
2019년 코로나가 강타한 후 교육계는 그야말로 혼동 그 자체다. 비대면 수업을 하다가 대면 수업으로, 다시 비대면 수업으로 이래저래 등 떠밀리는 통에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교과서 진도도 나가지 못할 지경이라며 어려움을 토하는 선생님들부터 학습지가 너무 많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학생들과 직장과 돌봄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학부모들까지. 지금의 교육계는 뭐라 정의 내리기 힘든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다. 그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고 무사히 이 시대를 넘기길 기도하고 있다.
교과 수업도 이런데 공교육 밖 열악한 강사들의 독서 교육은 어떨까? 수업이 취소가 되면 취소가 되는 대로 손을 놓아야 하고, 화상 수업을 따라가려 하니 도움을 줄 곳도 마땅치 않다. 학교 스케줄에 맞춰 수업을 했다가 안 했다가 학년이 다른 격주 수업에 학생들 관리에도 녹초가 된다. 마치 누가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며 항상 긴장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엑스트라 배우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독서 글쓰기 강사로 십수 년째 도서관과 학교로 수업을 다니고 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엔 나 역시 당해낼 수가 없다. 책을 열심히 읽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 독서라 여긴다면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매스미디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을 도와주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선 아이들을 현장에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다. 독서처럼 개인적인 수업이 어울리는 것도 없지 않으냐, 일 대 일 수업이면 더 좋지 않으냐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질문으로 생각을 트고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독후 활동으로 이루어질 때, 다양한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과 비교해 가며 또다시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독서 교육을 생각한다면 이래저래 지금의 현실이 답답할 지경이다.
지금은 공공기관이 휴관에 들어가 대부분의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수업을 할 자리도 없다. 도서관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주인을 기다리는 책들은 점점 먼지 쌓인 미라가 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의 웃음과 눈물과 재미가 되어야 할 책들이 서고에 갇힌 채 바깥공기를 마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건 그래도 도서관은 끊임없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도서관마다 다양한 이벤트와 응모로 도서관 지기들을 기다리고 있고, 적극적으로 이용객들을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책 꾸러미를 통한 독서 기회를 넓히고 독서 퀴즈를 통해 책을 가까이하고자 하는 이런 자구책들은 여러 사서들의 열정과 노력의 흔적이다. 또 한 달 대여 기간을 정해 수십 권을 한꺼번에 대여해 주는 도서관부터 온라인 수업을 기획하여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도서관도 있다.
나는 지금 소규모 학교인 경우 마스크를 끼고 대면 수업을 간 적도 있고, 동영상을 제작하여 밴드를 통해 아이들을 만난 경우도 있고, Zoom 화상을 통한 수업이지만 센터에 있는 다수의 아이들과 화면 속 내가 센터 선생님의 관리 하에 수업을 하기도 하고 전면 Zoom 화상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여러 시도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코로나 시대 독서 교육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어느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어떤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대면 수업일 때는 모둠 수업을 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르긴 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맞대고 교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현장감도 있고 가감 없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질문과 대답에 자유로우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동영상을 제작하여 수업을 할 때는 나의 일방적인 해설과 질문만 있으니 다른 친구들과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없다. 물론 밴드를 통해 독후활동을 공유하고 있고 아이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지만 얼마나 갈까 하는 회의감도 있다. 그리고 동영상이 너무 길면 자칫 지루하고 느슨해질 수 있으니 깊이 있는 발문을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극화한다던가 빛 그림자 공연을 함께 하기도 한다.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 수고스러움이 정말 크다. Zoom 화상 수업이지만 선생님들이 함께 있는 경우엔 학생들의 관리며 나의 설명을 함께 현장에서 해 주시니 수월한 면도 있지만 한 화면을 전체가 보고 있으니 어린이들의 발표를 정확히 들을 수 없어서 간혹 선생님께서 통역 아닌 통역을 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선생님께서 수업이 끝난 후 독후활동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해 주고 다음 시간에 피드백을 하고 있는데 일주일이 지나서 다시 만나기 때문에 그때의 감흥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하다. Zoom만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엔 내가 문제다. 여러 번 수업을 해 봤지만 아직도 기계에 익숙하지 못해서 간혹 실수를 할 경우가 있고 만족할만한 피드백을 해 준다거나 하는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나의 급한 성격 탓에 학생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내 목소리와 학생들의 목소리가 엉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현장에서의 여러 문제점들도 있지만 독서 교육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책에 대한 저작권 문제다. 출판사들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나름의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마다 그 해석이 다르고 적용하는 범위가 달라서 강사들은 그때그때 애를 먹는다. 무분별한 책의 노출은 안 되지만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만나는 강사 입장에선 저작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다. 시도할수록 문제도 많이 생길 것이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야 하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야 하는 것이 강사들의 숙명이라면 숙명일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도 아날로그 강사인 모양이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싸워야(?) 즐겁다. 엉뚱한 생각에 질문에 질문을 던져가며 끝장 토론을 해야 신이 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번뜩이는 의견을 내는 아이들을 만나야 돌아오는 길이 뿌듯하다.
코로나 시대라서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온라인 독서수업을 완전히 배제시길 순 없을 테지만 그래도 나무 냄새나는 책을 사람 냄새나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