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줄은 근육의 힘을 관절이나 뼈로 전달하는 '물리적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일종의 스프링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 스프링 덕분에 근육의 힘은 극대화되기도 하고, 매우 효율적인 형태로 수축 할수도 있게 된다.
(2011 Roberts)
위 그림은 힘줄이 에너지를 보존시키거나, 파워를 증강시키거나, 충격을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는데, 힘줄의 구조와 특성을 살펴보면 힘줄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힘줄의 구성
힘줄은 근육보다 단단하며, 뻣뻣한 편인데, 이런 특성 덕분에 힘줄에 가해지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굴곡근 힘줄은 보통 체중의 8배 정도를 아무런 손상 없이 견디고, 해당 무게의 40% 정도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 Kani)
힘줄은 3중 나선 구조를 가진 콜라겐이 오밀조밀하게 규칙적으로 배열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7~80%는 단단한 형태의 1형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잡아당겨지는 장력에 아주 큰 저항력을 가진다.
게다가 일부 조직은 2형 3형 콜라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형 콜라겐은 프로스타글란딘같이 수산기가 많아 대량의 물과 결합되는 콜라겐으로, 압력에 큰 저항력을 가진다.
즉, 힘줄은 단단한 고체 형태의 1형 콜라겐 덕분에 잡아당기는 힘에도 강하고 액체 형태의 2형 콜라겐 덕분에 압박하는 힘에도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힘줄은 점탄성 특성을 가지게 되고, 부상예방에 매우 강력한 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점탄성
점탄성이란, 점성과 탄성 모두를 가진 물질을 의미한다.
점성은 변형을 일으키는 외부 힘에 대한 저항력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액체에 활용되는 용어로, 점성이 높을수록 액체의 변화에 큰 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탄성은 외부의 힘에 변형된 물체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으로, 고무줄처럼 고체 형태의 물질에서 나타난다.
즉, 힘줄은 점성과 탄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힘줄의 점탄성
힘줄이 이렇게 액체의 성질인 점성과, 고체의 성질인 탄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힘줄과 뼈 사이의 연접부(enthesis)는 액체에 가깝고, 힘줄 몸체 부분은 고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2017 Rossetti)
2017년에 네이쳐지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힘줄과 힘줄말단 부위의 단백질 조성을 비교해본 결과,
힘줄 말단 부분에서는 연골에서 주로 나타나는 2형 콜라겐이나 히알렉탄,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성분들이 주를 이뤘고, 힘줄 영역에서는 1형 콜라겐이 주를 이루는 것을 발견했다.
즉, 힘줄 부위에서는 단단한 스프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렬로 나란히 배치된 구조로 되어 있고
힘줄말단 부위에서는 뼈에 잘 부착될 수 있도록 그물망 형태의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프로스타글란딘이나 히알렉탄은 분자내의 수산기가 많기 때문에 대량의 물과 결합하여 압박에 강력한 저항을 가지고, 압력을 받아도 찌그러지지 않고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점탄성 반응
이렇게 액체의 특성과 고체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점탄성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독특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위 그림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맨 왼쪽 열에 위치한 그림은, 테스트 환경을 의미한다.
테스트 환경 A는 처음에 힘을 가했다가 시간이 흐른 후 힘을 빼는 것을 보여준다. B,C는 일정한 힘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탄성 조직의 반응 A는 탄성조직이 힘을 받을수록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가, 힘이 줄어들수록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걸 보여준다. B,C는 스트레스가 일정하면, 일정한 만큼만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걸 보여준다.
점탄성 조직의 반응 A는 힘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가, 힘이 줄어들었을 때는 훨씬 빠르게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걸 보여준다. B는 힘을 받은 그 순간에는 급증했다가, 점점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걸 보여준다. C는 처음에는 다른 조직에 비해 적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 단계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프를 해석해보면, 점탄성 조직과 탄성 반응은 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해석해보자.
반응 해석
이력 현상(Hysteresis) 이력현상은 어떤 값이 주기적 또는 어떤 범위를 갖고 움직였을 때, 출발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른 값으로 떨어지는 현상으 로 기억효과라고도 불린다. 즉, 과거의 사건을 기억해서 현재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힘줄에 있어서 이력 현상은, 힘줄에 가해진 에너지가 힘줄에 흡수되면서, 힘줄이 방출되는 에너지는 가해진 에너지에 비해 적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그래프에서 힘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가, 힘이 줄어들었을 때는 훨씬 빠르게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현상은, 힘줄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것이다.
스트레스 이완 현상 스트레스 이완 현상은, 힘줄이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해서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그래프에서 힘을 받은 그 순간에는 급증했다가, 점점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걸 보여주는 것은, 힘줄 내부에 위치한 분자들이나 수분이 이동하면서 스트레스에 보다 잘 견딜 수 있도록 적응하는 것이다.
(2012, Patterson)
이런 적응 현상은, 적절한 경우 점점 더 강력한 힘줄로 적응해나가며 더 단단하고 탄력적인 형태로 변하게 되는데, 만약 스트레스가 힘줄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거나 지속적인 경우, 적응에 실패하고 퇴행현상(Creep)이 나타나게 된다.
Creep 현상
똑같은 스트레스가 계속 지속되면 점점 근육이 늘어나고 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크립 현상은, 장시간 하중이 지속되면 조직이 변형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면 활동하는 시간 동안 점점 찌그러지는 허리디스크 등이 그 예시다.
이 현상이 나타나면 조직은 점점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똑같은 스트레스에 더 큰 데미지를 입게 된다.
즉, 그래프에서 처음에는 다른 조직에 비해 적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 단계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잘 적응하다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변형되면서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힘줄은 파열될 것이다.)
탄성 시스템
지금까지 힘줄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았으며, 이제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실제 환경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는지 알아본다.
(2011 Roberts)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힘줄은 기본적으로 점탄성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줄에 가해진 모든 스트레스는 저장되어 방출된다.
에너지의 흐름은 물리적 변화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에너지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양을 의미하며, 신체 조직은 늘어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체조직이 늘어났다는 것은 탄성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nergy conservation 이런 맥락에서 A는 힘줄만 늘어나는 형태로, 힘줄이 탄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근육의 수축 및 이완은 최소화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은 극도로 줄어들게 되며, 가벼운 달리기 및 걷기 등에서 주로 활용되는 메커니즘이다.
✔️Power amplification 반면 B의 경우 처음에는 근육이 늘어났다가, 힘줄이 늘어나는 형태로 근육과 힘줄이 둘 다 탄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 메커니즘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점프나 전력 질주 등에서 주로 활용되는 메커니즘이다.
✔️Power attenuation 마지막으로 C의 경우 처음에는 힘줄이 탄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근육으로 그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는 에너지의 소모는 극대화되며, 근육이나 힘줄이 위치 에너지나 운동 에너지를 흡수 함으로써 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메커니즘은 속도를 줄이거나, 내리막길을 달리거나, 착지하는 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메커니즘이다.
참고
Bordoni, B., & Varacallo, M. (2018). Anatomy, tendons.
Roberts, T. J., & Azizi, E. (2011). Flexible mechanisms: the diverse roles of biological springs in vertebrate movement.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14(3), 353-361.
Rosario, M. V., & Roberts, T. J. (2020). Loading rate has little influence on tendon fascicle mechanics. Frontiers in physiology, 11,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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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terson-Kane, J. C., Becker, D. L., & Rich, T. (2012). The pathogenesis of tendon microdamage in athletes: the horse as a natural model for basic cellular research. Journal of comparative pathology, 147(2-3), 227-247.
Rossetti, L., Kuntz, L. A., Kunold, E., Schock, J., Müller, K. W., Grabmayr, H., ... & Bausch, A. R. (2017). The microstructure and micromechanics of the tendon–bone insertion. Nature materials, 16(6), 664-670.
Kani, K. K., & Chew, F. S. (2019). Terrible triad injuries of the elbow. Emergency radiology, 26(3), 341-347.
Robi, K., Jakob, N., Matevz, K., & Matjaz, V. (2013). The physiology of sports injuries and repair processes. Current issues in sports and exercise medicine,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