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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혜영 Jan 28. 2023

의미를 찾고 있어

주말 아침

오랜만에 본가나 엄마 병원에도 가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두고 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오후에 나갈 준비를 한다.


틀어둔 노래는 좋아하는 가수 박효신의 “별 시”. 이 노래는 몇 년 전 내가 한참 빅터 프랭클의 로고 테라피 이론에 빠져있을 무렵 발매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 노래 가사에 “쓰다만 이 노래의 의미를 찾고 있어”라는 부분에서 큰 울림을 느껴 한동안 자주 들었는데 요즘 또 들으며 그때와 바뀐 내 의미를 생각한다.


짐을 챙기려고 출근할 때 매번 드는 가방을 들어 상태를 점검한다. 오래 들려고 손잡이에 감아둔 손수건이 낡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명 쁘띠 스카프라 불리는 이 물건은 명품으로 사면 몇십만 원을 호가하지만 나는 2+1에 오천 원을 주고 색깔별로 사서 한 장은 큰 가방에 두르고 다른 한 장은 매일 드는 가방에 두르다 이제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어 서랍 속에 넣어둔 나머지 한 장을 꺼내 감았다.


방향이 어긋나지 않게 촘촘하게 감기 위해 이리저리 길이를 재는 동안 문득 사람들이 한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스카프를 두른 가방을 처음 산 날 직장 동료가 물었다.

“저번에 든 가방은 프라다 같았는데 이건 그거보다 더 비싼 어나더 레벨의 가방인가요? “

“아니요~ 저번에 든 가방도 국산이고 이번에 든 가방도 국산이에요 “

“어?, 명품 아니었어요? “

“명품 살 돈 모아 집 살 거예요 “

“그 돈 모아서는 집 못 사요 그냥 명품을 사요 “

“싫어요 필요 없어요 “


가방에 이 싸구려 스카프를 두르고 온 날도 또 다른 동료는 물었다.

“디올 쁘띠 스카프?! “

“아니요 2+1 오천 원 하는 스카프! “


그렇다고 내가 가진 모든 물건이 싸고 가성비를 따져 산 물건은 아니다. 비싼 물건도 있지만 내가 굳이 명품을 사서 들어야 할 이유나 욕구가 현재까진 없어서 한 번씩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명품 가방 하나 안 가지고 싶어?”

“응”

”명품 지갑 하나는 하나 사고 싶지 않아?“

”응“

“명품 구두 하나정도는?”

“나이키 신었어 편해”


점점 친구들이 직장인이 되고 나이를 하나 둘 먹어가면서 이번에 월급을 모으고 모아 명품을 샀네 차를 샀네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런 소리에 매번 감흥이 없는 내가 신기하다.

그리고 별 감흥이 없으니 나처럼 명품이나 차에 별 감흥 없는 친구들만 남고 그런 물건에 희비가 갈리는 사람들은 떠나간다. 그렇게 조용하고 고요한 사람들끼리 모여 책을 읽거나 무얼 하고 살면 좋을지 어떻게 살지를 이야기한다.

“나 올해는 이걸 배워보고 싶어”

“지금 공부하는 영어를 더 잘해서 유학 가서 유창하게 말하고 싶어”

“올해는 어떤 운동을 하나 더 추가할 거야”

“나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일을 더 잘해보고 싶어”

“나는 지금 하는 일보다 나에게 더 맞는 일은 무엇인지 찾고 있어“


자기 연봉이 얼마가 올라서 명품을 샀고 그래서 얼마짜리라고 하는 이야기에 부럽지도 않고 심드렁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나는 인생의 의미나 보람을 내가 가진 물건이나 돈에서 찾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볼 수 있었다. 물론 돈은 많으면 좋고 살아가는데 필수 요소다. 하지만 내 연봉이 지금보다 몇 배가 된다 한들 내가 하는 일에서 명품이나 외제차를 몰아야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그걸 가져야만 행복감에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된다면 나와 맞지 않는 길인 것이다.


내가 국산차를 타고 심지어 지금은 차도 없이 걸어 다니면서 명품이 아닌 물건들을 사용할지라도 내가 하는 일의 가치나 의미가 향후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다면 내 연봉이 얼마든 나는 보람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를 경계하고 경쟁하며 서로가 서로를 험담하고 뒤에서 깎아내리며 자신만 그 높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으려고 하지 않고, 당신이 잘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서로 머리를 맞대 모아서 더 발전된 일을 만들어가는 분위기에서 일한다면 하루하루가 꽤 생산적인 삶이 되지 않을까 소망한다. 어쩌면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일지 몰라도 그 일이 무엇이 되면 좋을지 어떤 환경에 나를 넣어두어야 할지 더 고요하게 더 깊게 고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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