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Unlock>
철컹철컹. 오랫동안 풀 수 없던 자물쇠가 다시 한번 철컹철컹해. 누군가가 열쇠를 들고 왔나 봐.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나한테 맞을 것 같은 열쇠를 갖고 있더라고. 그래서 자물쇠를 풀어보려는데 아쉽게도 열쇠 모양이 한 끗 차이로 달라서 열리지 않는 거야. 근데 어차피 나도 그 사람이 썩 맘에 들진 않았어.
그리고 저번에는 나한테 아주 딱 맞는 열쇠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거든, 그 사람도 이 자물쇠에 자기 열쇠가 맞는지 궁금했나 보더라고. 철컹하고 열쇠를 돌리는 순간 자물쇠가 풀리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마음이 바뀌었는지 열다가 그냥 가버리더라고. 난 그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고 절망스러웠지.
이게 한 끗 차이로만 어긋나도 열리지 않거든, 내게 딱 맞는 열쇠를 가진 사람이 정말 흔치 않더라고. 저번에 다녀간 그 사람 말고는 없을 수도 있을텐데.
Digital Drawin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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