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습관의 흔적-틈>
계속해서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습관이 있다. '내가 한 번만 확인해봐도 될까?'하고 작은 틈을 만들어 살짝 엿본다. 그리곤 '다행이야, 내가 생각했던 네가 맞는 것 같아.'라며 안심하고, 넌 '이제 됐지?'하며 살며시 틈을 다시 붙인다.
얼마 가지 않아 머릿속에선 '내가 놓친 게 있을 것 같아,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고. 다시 한번만 확인해 보고 싶어'라며 재촉한다. 좀 더 크게 상처를 내고 내가 생각한 것처럼 당신이 이상적이고 완벽한지 재차 확인해본다. 그럼 너는 '또? 왜 날 믿지 못해?'라 한다.
반복된 습관의 흔적은 그렇게 남아있다. 찢어지고 낡아져 버린 것은 다시 새것으로 바꿀 수 없고 급히 무마하려 덕지덕지 붙여 놓은 임시방편만 존재한다. 또다시 확인해보려는 내게 넌, '그만해. 나를 보이는 그대로 믿어줄 수는 없겠어?'한다. 보여준 적도 없고선, 틈을 다시 막는 것에만 급급했지 작은 틈새도 남겨주지 않고선 뭐라는 거야.
Digital Drawin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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