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10. 2022

130. 어른의 역할

요즘은 어른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생물학적인 어른이 아니라 우리가 존경하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젊은이들이 힘들어할 때 연륜과 인품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밝은 등불을 비춰줄 수 있는 그런 어른 말입니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어른이 많았습니다. 어른이 되는 분들은 주로 마을 훈장님이나 통장님, 이장님, 인품이 훌륭하신 선생님들이었는데 젊은이들이 해결하기 힘들거나 고민스러운 일이 있을 때는 찾아가면 선뜻 지혜를 나눠주시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을 보면 반드시 인사도 해야 했지요. 행동을 잘 못하면 마을 곳곳에 계신 어른들이 당장 뉘 집 자식이냐며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치실 테고 그 얘기는 곧바로 집까지 날아가 저녁 무렵이면 회초리와 꾸중으로 되돌아왔으니까요. 내 자식이 어른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해서 달려가 따지는 부모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식을 잘못 가르친 부모의 잘못으로 생각하거나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은 비록 그 일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문제가 되는 일들은 반드시 지적하거나 계도하는데 앞장서곤 했습니다. 그것이 마을의 질서를 지키고 사람들을 두루 평안하게 하는 힘이었지요.     

학식과 인품이 높은 분들은 어른으로 특히 존경받았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들 역시도 마을에서는 어른으로 귀하게 대접받았습니다. 그분들이 살아온 연륜과 경험이 존중받았고 마을 사람들은 소소한 문제라 해도 반드시 어른들에게 찾아가 묻고 해답을 구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어른의 말은 곧 고민을 해결하고 해답을 찾는 창구였지요. 마을에서 벌어지는 어려운 일들을 그저 한 번의 호통으로 정리되게 하는 힘, 그것이 그 시대 어른들이 갖는 권력이고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어른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연륜이나 지혜, 학식이나 인품보다는 돈이 많거나 권력을 차지한 사람이 마을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노인들은 단순히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나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지요. 자본과 권력의 힘을 아는 어른들 속에서 키워진 청소년들 역시 돈의 기준으로 사람을 보게 되면서 청소년들에게 어른의 존재는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삶의 경험을 살려서 젊은이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거나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려 하다가는 이상한 노인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예전 어른들이 갖던 힘과 권력의 자리에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마을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 해도 나이든 어른이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젊은이들 역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나이 든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삶의 지혜를 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전해주실 ‘어른’의 존재,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다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전 13화 142. 미투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