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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43. 평등과 조화

얼마 전 청소년기자들과 함께 했던 워크숍 현장에서 ‘평등’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토론은 매년 진행하는 워크숍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만큼 이날 토론에 거는 기대도 컸습니다.     

청소년들은 각자가 생각했던 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남녀평등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고 페미니즘까지 연결되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약자를 위한 사회적 평등과 일명 흙수저들이 박탈당하기 쉬운 기회의 평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개진됐습니다.     

토론 중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학교에서조차 남녀 간 불평등에 대한 시각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녀를 평등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기성세대에만 있다고 생각했고 세대가 변한 만큼 청소년들은 조금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여자는 밤에 돌아다니면 안 돼”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건 남자를 유혹하려는 거야” “여자니까 커피를 타야해” “여자니까 네가 처신을 잘 했어야지” 등등 여자들을 향해 던지는 수많은 편견들에 대해 청소년들은 ‘여자’라는 단어 대신 ‘사람’을 넣었을 때 말이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은 밤에 돌아다니면 안 돼” “사람이니까 커피를 타야해”라는 말이 이치에 맞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청소년들은 사람이 왜 밤에 돌아다니면 안 되는지, 사람이니까 왜 커피를 타야하는지에 대한 논리를 찾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한 청소년기자는 사회가 모든 것을 똑 같이 지원해주는 것은 평등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더 힘든 사람에게는 더 많은 지원을 통해 덜 힘든 사람들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청소년기자들이 가진 평등에 대한 생각이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평등이란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평등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이 차별 없이 같은 상태’를 말합니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은 단지 타고난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무시당하거나 소외되거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만 놓고 보더라도 아직 우리사회가 평등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투 운동이 이렇게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만 보더라도 말이지요.     

평등한 세상을 이룬다는 것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남녀가 동등한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서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불편 없이 돌아다니면서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사회, 돈을 적게 가진 사람도 최소한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은 누릴 수 있는 사회, 청소년은 물론이고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로 평등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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